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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 맷돌에도 음양이 있다

곤지둑 2015. 12. 10. 18:53




맷돌은 곡식을 가루로 만드는 도구로 아랫돌과 윗돌의 한 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랫돌을 '숫맷돌'이라고 하고 가운데에 '숫쇠'라는 쇠꼬챙이가 꽂혀 있으며, 윗돌은 '암맷돌'이라 하고 가운데에 '숫쇠'가 들어갈 수 있는 '암쇠' 구멍이 있다. '숫쇠'와 '암쇠'를 합쳐 맷돌의 '중쇠'라 부르는데 맷돌은 '중쇠'를 축으로 윗돌(암맷돌)이 아랫돌(숫맷돌)위에서 회전하며 곡물을 분쇄한다.

암맷돌 위에는 곡식을 넣을 수 있도록 '아가리'라 부르는 구멍이 둟려있으며, 암맷돌 옆면에 고정되어 있는 'ㄴ'자 형태의 나무 손잡이를 '맷손' 또는 '어처구니'라고 부른다.









맷돌에 담겨있는 과학적 원리를 분석한 연구물들을 읽어 보면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맷돌에 담겨있는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편 맷돌질은 동양에서는 음양의 결합으로 남녀의 성적 결합을 의미하므로 맷돌질은 풍요와 생산을 상징한다.

유명한 춘향가 판소리에는 춘향과 이몽룡이 만나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날 밤 초야를 치르게 되는 대목인 <사랑가>가 있다. 

<사랑가>는 여러 노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 ‘맷돌노래’는 이몽룡이 춘향을 맷돌의 윗짝(암판)에 비유하고, 몽룡 자신을 밑짝(숫판)에 비유하여 부르는 노래이다. 그 내용이 너무 노골적이라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와같이 맷돌의 윗돌을 '암맷돌', 아랫돌을 '숫맷돌'이라 부르는 의미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해학과 풍자가 담겨있다.

맷돌질은 1시간 동안 맷돌질을 해야 겨우 콩 석되를 갈 수 있을 만큼 힘든 노동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믹서기(blender)는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회전시켜 순식간에 가루를 얻을 수 있다.









"옛날과 오늘의 차이, 그것은 가는 것과 자르는 것의 차이이다. 긴 세월 몸소 가는 것과 순간 남의 힘으로 수없이 잘게 자르는 것, 이것의 차이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무척 큰 것이다. 
삶이란 결코 간단하고 쉽지가 않다. 수없이 많은 어려움에 부딪친다. 이럴 때 현대인은 참고 견디고 이겨내는 체질이 아니고 후다닥 단칼에 성급히 처리해버린다. 돌확에 길이 나야 남편 맛을 안다는 우리의 옛 여인들의 인생관은 요즘처럼 스위치만 누르면 쌩하고 갈리는 믹서가 아니었다. 퍼질러 앉아 일도 노는 것처럼 찧고 빻고 으깨고 갈고 문지르면서 세월에 깎이면서 온몸으로 세상을 살았다. 

인생은 결코 칼로 자르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가는 것이다." [김종태시인의 '옛 것에 대한 그리움'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