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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Poem

벽시계 안 밑구녕 / 황영진

곤지둑 2015. 12. 19. 12:53



친정아버지 제사 모시러 대전가는 차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처럼 곱게 분바른 마누라의 고운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다.

여념집 여자 눈에 눈물흘리게 만드는 것해도 참 몹쓸 짓이거늘,

하물며 우리집 마누라 이쁜 눈이 이토록 충혈되도록 만든 놈.

황영진.

가장 반시적인 속물 시인(?), 이 나쁜 놈아!

내 결코 너를 용서치 않고 술로써 벌하리라.


평생 없이 살다가

배고픈 게 병이 되어

병원 한 번 못가고 돌아가신

내 어매 유언은 "밑구녕"이었다.

이 말이 유언인 줄 모르다가

세상 버리신 지 이태 지난 어느 명절날

고향집 안방에 걸려 있던

벽시계 먼지를 털다가 알았다.

벽시계 안 "밑구녕"으로

명절 때 고향 가서 터진 손에 쥐어 드린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들이

배곯던 우리 어매 생손앓이 고름 터지듯

찔끔찔끔 투두두둑 방바닥에 터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