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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수목원] 납매(蠟梅/臘梅)

곤지둑 2016. 2. 16. 22:16

눈발이 날리는 대구수목원에서 활짝 꽃을 피운 납매(蠟梅/臘梅)를 만나다.



납매는 중국에서 들어온 나무여서 당매(唐梅)라 부르기도 한다.

납매의 '납(臘)'은 섣달을 뜻하고, '매(梅)'는 매화를 뜻하는 글자이니 '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이다. 또, 꽃의 모양이 벌집을 구성하는 밀랍(蠟)을 매우 닮았기 때문에 한자어로 납매(蠟梅)라고도 한다.

납매 가까이 가니 달콤한 꽃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눈을 감고 있으니 입 안에 사르르 침이 고인다. 이처럼 모든 생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감미로운 향기를 가진 겨울꽃이 바로 납매인 것이다.

꽃의 존재 이유는 자손 번식을 위해 열매를 맺는데 있다. 따라서 섣달에 꽃을 피우는 납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꽃가루받이가 이뤄어져야 한다. 하지만 꽃의 혼인을 도와줄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이 없는 섣달에 꽃을 피우는 납매의 사정은 치명적으로 절박하다. 유난스레 강한 향기로 곤충이든 바람이든 가리지 않고 유혹하여 수정(受精·授精)을 하는 것이 바로 납매의 생존 전략 중 하나인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감미로운 향기도 기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추위가 강해질수록 그만큼 강력한 향기를 발산하지만 눈이 내리는 날이나, 겨울비가 내리는 날에는 향기가 현저하게 약해진다. 이런 날은 수정하기 어려운 환경이니 굳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생존 방법이 아닐까?

집으로 올라오는 텅빈 엘레베이트 안에 화장냄새가 아직도 진하다. 본능적으로 손바닥으로 코부터 막았다.
[참고문헌 : 고규홍(2014).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 (가을 겨울 편)」. 서울: 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