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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호랑이 이야기(4) - 까치와 호랑이가 대립하는 까닭은? 본문
19세기에는 까치호랑이 그림에서 까치가 대부분 대립의 구도로 설정된다.
왜 범과 까치가 이처럼 대립하는 것일까?
민화 까치호랑이는 벽사와 길상 이상의 또 다른 상징성을 갖는다. 악귀를 쫓는 벽사의 호랑이가 ‘바보 호랑이’로 전락하고, 새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는 더욱 당당해진다. 이것은 원래 상징과 다른 그 무엇이 개재되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풍자이다. 호랑이는 권력을 빙자하여 폭정을 자행하는 권리를 상징하고, 까치는 힘없는 서민을 대표한다. 까치가 호랑이에게 대드는 구성을 취함으로써 서민들의 신분에 대한 불만을 카타라시스적으로 해소하고자 한다. 실제 당시 서민들 사이에는 까치호랑이의 설화가 유행하였는데, 그 내용은 까치가 지혜로 힘센 호랑이를 골탕 먹임으로써 신분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억울함과 푸대접을 항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까치호랑이 그림이 대부분 상류계층의 집에서 나오는데, 과연 서민 입장에서 이 그림을 해석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이다. 오히려 호랑이를 서민과 같은 친근한 존재로 폄하한다는 의견이다.
[참고문헌] 정병모,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다할미디어(2011년), pp. 170-206
입을 크게 벌리고 까치를 노려보고 있는 호랑이에게 까치 역시 꼬리를 치켜세우고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호랑이는 늙은 고양이 같은 얼굴에 꼬리를 내밀고 돌아앉아 있어서 전혀 공격할 의사를 찾아볼 수 없어 보인다. 반면에 까치는 고개를 길게 내밀고 달려들고 있다. 호랑이가 까치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인용문헌] 정병모,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다할미디어(2011년), pp. 257-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