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Art (29)
Gonjiduk Gazebo
매화꽃 피면 그대 오신다고 하기에매화더러 피지 말라고 했지요그냥, 지금처럼 피우려고만 하라구여.
권순철이 40년 넘게 그려온 인물들의 시선을 견뎌내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선은 고정되어 있으며 진지하고 강렬하다. 시간이 흐른다고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시선을 대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우물처럼 깊은 이 눈들은 우리를 깊은 성찰로 인도한다. - 프랑수아즈 모넬 미술사학자, 잡지 아르텅시옹 편집장 「인간미에서 조화로」중에서 -
그동안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나무가 되기를더이상 봄이 오지 않아도 의자마다 싱싱한 뿌리가 돋아땅속 깊이깊이 실뿌리를 내리기를실뿌리에 매달린 눈물들은 모두 작은 미소가 되어복사꽃처럼 환하게 땅속을 밝히기를 그동안 내가 살아오는 동안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플라타너스 잎새처럼 고요히 바람에 흔들리기를더이상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도 높게 높게 가지를 뻗어별들이 쉬어가는 숲이 되기를쉬어가는 별마다 새가 되기를 나는 왜 당신의 가난한 의자가 되어주지 못하고당신의 의자에만 앉으려고 허둥지둥 달려왔는지나는 왜 당신의 의자 한번 고쳐주지 못하고부서진 의자를 다시 부수고 말았는지 산다는 것은 결국낡은 의자 하나 차지하는 일이었을 뿐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다가일어나는 일이었을 뿐
손발이 시린 날은일기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오면편지를 쓴다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드는 밤이면임자없는 한 줄의 시를 찾아 나서노니사람아 사람아등만 뵈는 사람아유월에도 녹지 않는이 마음 어쩔래 육모 서리꽃내 이름을 어쩔래 성에꽃 / 문정희 추위가 칼날처럼 다가든 새벽무심히 커튼을 젖히다 보면유리창에 피어난, 아니 이런 황홀한 꿈을 보았나.세상과 나 사이에 밤새 누가이런 투명한 꽃을 피워 놓으셨을까.들녘의 꽃들조차 제 빛깔을 감추고씨앗 속에 깊이 숨죽이고 있을 때이내 스러지는 니르바나의 꽃을저 얇고 날카로운 유리창에 누가 새겨 놓았을까.허긴 사람도 그렇지.가장 가혹한 고통의 밤이 끝난 자리에가장 눈부시고 부드러운 꿈이 일어서지.새하얀 신부 앞에 붉고 푸른 색깔들 입 다물듯이들녘의 꽃들 모..
'사돈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처럼 옛 집의 뒷간은 살림채와 떨어져 뒷마당 구석 한켠에 자리하였다. (요즘 말로 화장실로 통하는 뒷간은 변소, 측간, 정랑, 헛간, 북수간, 통시, 매화간, 해우소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겨울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뒷간에 볼 일 보러 가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귀찮기도 하지만 나이어린 아이들은 뒷간귀신(부출귀신, 측도부인, 치귀, 측신귀신, 정낭귀신)생각을 하면 얼마나 무서웠을까?그리고 한 겨울 새벽에 볼 일을 보는 동안 엉덩이는 또 얼마나 파랗게 얼어 붙었을까?그래서 옛날에는 요강(溺缸)이 아주 소중했다.요강은 오줌을 받는 실내용 용기(便器)로 본래 요항(溺缸)에서 와전된 말이다.60∼70년대까지만 해도 신부의 혼수물목(婚需物目) 중에서 '놋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