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청도] 석빙고 본문
조선 숙종때 만들어진 청도 석빙고(石氷庫)는 보물 제3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빙고는 석재를 이용하여 만든 얼음 곳간으로, 겨울철에 얼음을 저장하였다가 봄, 여름에 사용하기 위한 용도이다.
조선시대에 강에서 얼음을 떠내어 석빙고(石氷庫)로 옮기기 위해 동원된 백성이나 군사들을 장빙군(張聘君)라 하였다. 살을 에는 추위와 찬바람 속에 치르는 장빙(張聘)의 부역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겨울철이 되면 조정의 빙고부역을 피해 남정네들이 멀리 도망갔다가 봄이 되면 돌아오곤 했다. 마을에는 아낙네들만 남아 있어 `빙고과부`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세조 13년(1467)에는 “환관(宦官)•선전관(宣傳官)을 동빙고와 서빙고로 나누어 보내어, 각각 약이(藥餌)와 술을 가지고 가서, 군인 가운데 추위에 얼어 병(病)이 난 자를 치료하게 하였다.”는 기록은 장빙의 고됨을 잘 말해주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6기의 석빙고 가운데에서 청도 석빙고가 가장 오래된 것이다. 돌로 만든 단순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다.
허공에는 돌다리 같은 무지개가 걸려 있고,
무지개 다리 위로 낮달이 서럽게 떠 있다.
경사진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지하 내부에 잡석으로 벽을 쌓아 올린 빙실이 조성되어 있는데, 빙실 바닥은 길이 14.75m, 폭 5m 정도의 장방형 구조이다.
빙실 바닥은 평평한 돌을 경사지게 깔아, 얼음 녹은 물이나 빙실 안으로 스며든 빗물이 경사면 따라 외부로 배수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편, 빙실 상부는 오랜 세월에 원형은 훼손되었으나 석조 뼈대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바로 상부 구조를 무지교 모양의 홍예(虹蜺) 형태로 제작하였기 때문이다. 좌우에서 쐐기 형태로 다듬은 돌을 서로 면이 맞물리게 안으로 오므려 돌을 쌓아 올라가다가 맨 위 가운데에 마지막 돌, 즉 이맛돌(key stone)을 끼워 넣으면 스스로 의지하여 버티는 강한 구조물이 되는 것이다. 이마 부분의 받침돌들이 하부의 돌을 눌러 압축력을 강화하여 홍예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 내는 것이다. 그래서 건물이나 성벽이 무너져도 홍예는 건재한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홍예에서는 돌과 돌 사이에 모르타르(mortar)같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엄밀히 말하면 돌이 허공에 떠있는 셈이다. 즉, 홍예는 상부의 높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힘의 분산'이라는 역학적 원리를 적용한 과학적인 건축물인 것이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홍예의 가운데 석재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대류 현상에 의해 빙실 내 뜨거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데, 작은 구멍은 내부의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배출되는 일종의 환기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