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대구 달성군] 도동서원 - 도가 동쪽으로 왔다 본문
<다람재에서 바라 본 도동서원 전경>
향교(鄕校): 성균관의 하급관학(下級官學)에 속하는 조선시대의 지방교육기관으로 오늘날 국공립학교에 속한다.
서원(書院): 조선중기이후 명현(名賢)을 제사하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전국곳곳에 세운 사설기관으로 오늘날 사립학교를 말한다.
도동서원에 도착하면 주차장 옆 거대한 은행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 온다. 김굉필의 외증손 한강 정구가 도동서원을 세우면서 심었다고 알려진 은행나무는 수령이 400여년으로 둘레가 879cm, 높이가 25m 정도이다. 이 은행나무를 두고 '김굉필나무'라 한다.
대부분의 은행나무가 곧게 위로 자라는 반면 도동서원 은행나무는 가지를 옆으로 늘어뜨려 운치를 더하며, 바닥으로 내려앉은 기둥과 위로 솟은 기둥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을이 오면 저 거대한 나무에 매달려 햇빛에 반짝일 수천, 수만의 은행잎을 상상하니 저절로 가슴이 뛴다. 문득 곽재구 시인의 '은행나무'라는 시가 떠 오른다. 가을이 오면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생기는 은행나무이다.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중략>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 곽재구의 은행나무 중에서 -
도동서원은 우리나라 전통서원의 공간배치 형식을 가장 엄격하게 지켜 만든 서원으로 한국 서원의 공간배치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도동서원은 크게 진입공간, 강학공간, 제향공간의 3영역으로 나눠진다. 외삼문과 수월루가 진입공간에 해당하고 강학공간에는 중정당 및 동재와 서재 그리고 장판각등이 있으며 제향공간에는 사당이 있다. 전형적인 '전학후묘(前學後墓)'형의 모습이다. 서원을 구성하는 건물들은 반듯하게 중심축을 따라 입구로부터 수월루, 환주문, 중정당, 내삼문 , 사당이 차례로 배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심을 명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통로와 계단이 있다. 이것은 성리학의 주자가 말한 만물의 축과 중심성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도동서원 중정당 · 사당 · 담장>이 보물 제350호로 지정될 만큼 도동서원은 사원 건축의 백미라 불리운다.
도동서원은 가파른 비탈에 자리잡아 앞마당부터 사당까지 계속 석축으로 이어진다.
수월루는 도동서원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지만 옛스러움을 잃어 버렸다(1855년에 창건된 후 1888년에 소실되었다가 1973년에 중건되었다). 수월루의 계단은 불규칙한 돌을 줄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쌓여 있는데, 이러한 돌쌓기를 막돌허튼층쌓기(막돌허튼돌쌓기) 방식이라 한다.
물위에 비친 달빛으로 책을 읽는다는 뜻을 가진 수월루(水月樓)는 외삼문과 누각이 올려진 모습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2이다.
자연의 형질을 변화시키지 않고 각 레벨을 살리면서 건물을 배치한 것이 도동서원 건축의 큰 자랑이고 특징이다. 그런데 도동 서원의 이런 특징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서원 안쪽을 가로막고 버티듯 서 있는 수월루 때문이다. 수월루는 사원의 다른 건축물과는 달리 화려하게 단층으로 채색되어 있다. 조선 중기까지 절제된 수묵화가 사원 건축물에 해당한다면 수월루는 조선 말기 여항화가(閭巷畵家)의 화려한 매화도를 보는 느낌이다.
수월루에 오르면 동북쪽에 흘러오는 낙동강과 고령 개진면 일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출입이 금지되어 올라가 보질 못해 아쉽다.
수월루를 지나면 작은 환주문(喚主門)이 기다리고 있다. 환주라는 단어는 '내 심성의 주(主)가 되는 근본을 찾아 부른다(喚)'는 뜻이다.
환주문에 오르는 계단길은 조심스럽게 걷도록 높낮이가 높지 않은 대신 넓게 조성된 10단의 계단이다. 아마 성스러운 공간으로 누구든지 고개숙여 인사하고 들어서도록 만들어 놓은 듯 보여진다. 넓지 않은 그러나 사뭇 도포자락 손으로 여미지 않으면 소맷돌에 옷자락이 쓸릴 것 같다.
환주문은 높이가 낮고 동시에 두명이 들어 설 수 없도록 좁다. 문이 작고 외소한것은 낮은 문을 지나기 위해 누구든 고개을 숙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자신을 낮추고 삼가는 선비의 몸가짐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한다. 환주문 바닥에는 꽃봉우리 모양을 조각한 돌부리가 있어, 문지방 역활과 함께 여닫이문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각이나 정자등의 모임지붕에서는 지붕 꼭지점에 마디가 여러 개인 항아리처럼 생긴 특수기와를 올리는데 이를 절병통(節甁桶)이라고 한다. 절병통은 미관적인 목적이외에도 빗물의 누수 방지뿐만 아니라 지붕 꼭지점에서 눌러주는 절병통의 무게로 인해 지붕을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만든다. 서원에서는 보기 드물게 환주문 지붕 중앙에도 절병통(節甁桶)을 올려 놓았다. 지금은 따로 만들어 올린 모양인데, 20~30년 전만 해도 그냥 시루를 올려놨다고 한다.
"지붕은 사모지붕에 오지로 구운 절병통이 예쁘게 얹혀있다" -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인생도처유상수편) 중에서
환주문은 작아도 아름다운 문이다. 가만히 보면 처마밑 기둥 아래에도 연꽃 조각을 새겼다. 이렇게 치장한 건물은 흔치 않다.
환주문을 지나 중정당으로 가는 안마당 가운데는 일직선으로 돌길이 깔려있다. 돌길의 끝 지점 쯤 기단과 만나는 곳에는 고개를 내민 거북머리의 조각이 놓여있는데 이 또한 화재 방비를 위한 비보책이라 여겨진다. 돌거북의 디자인이 아주 독특하다. 이 돌거북은 위에서 보면 꼭 올빼미 같지만 바짝 쪼그리고 앉아 정면으로 보면 이빨이 옆으로 나온 영락없는 거북인 것을 알 수 있다. 도동서원에는 이런 돌장식 조각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강학 영역의 중정당(보물 350호).
강학 영역은 학문을 닦고 배우던 공간이며 중정당(中正堂)의 중정(中正)은 음과 양이 조금도 더하거나 부족하지 않는 조화를 이루고 있는 중용의 상태를 말한다. 중정당은 양쪽으로 두개의 돌계단을 이용하여 오를 수 있다. 중정당 건물을 보기 전에 우선 도동서원의 석축부터 감상하길 권한다.
우리 전통 조각보를 보면 몬드리안의 작품이 연상되는데, 이 석축 역시 현대미술의 세련됨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고, 색깔도 제각각인 차가운 돌들이 조화롭게 짜맞추어진 모양에 감탄이 절로 난다. 구조적 안정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석공의 감각은 몬드리안 못지 않다.
1604년 사당 건설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의 유림과 고위 양반들이 앞다투어 성금을 보냈다고 한다. 이 때 답지한 성금이 공사 시작 초기에 이미 총 공사비의 몇 배에 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아마 그 잉여비용을 석축을 포함한 각종 석물 공사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름다운 조각보를 보는 듯한 석축
"반듯한 돌을 차곡차곡이 맞추어 가지런히 쌓았는데 돌의 크기도 제각기 다르고, 빛깔도 연한 쑥색, 연한 가짓빛, 연한 분홍빛 등 여러가지 연한 색이 은은히 퍼져 있어 아름다운 조각보를 보는 듯하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 6-
중정당 기단부에는 막돌을 사용하여 올린 후 일정한 간격으로 양쪽 오르는 계단을 내고 중앙을 중심으로 각각 4마리의 용머리를 조각해 놓았다. 그 중 한마리는 여의주를 물고 있으며, 남은 3마리는 물고기를 물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물고기 표현은 아니며 용의 머리부분만 익살스럽게 보인다. 낙동강물의 범람을 막기위한 비보책으로 만들었다 하는데 용이 의여주를 물고 있는것이 건물 만들 당시 조각상이며, 다른 모습은 용두를 분실한 후 만들어 넣은 것으로 색상이 다르다.
중정당을 중심으로 석축 양쪽에는 "세호(細虎)"라고 불리는 다람쥐 모양의 조각이 새겨져 있다. 마당에서 중정당을 바라 보았을 때 동쪽 세호는 위로 올라가는 모양이고 서쪽 세호는 내려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각각의 세호 옆에는 상서로운 꽃 한송이(瑞花)가 곱게 피어있다. 이는 출입에 오르고 내리는 동입서출(東入西出)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고, 좌우의 꽃을 해와 달로 읽어서 음양(陰陽)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건축에서 이처럼 곳곳에 조각을 가하여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한 곳은 도동서원 외에는 창덕궁에나 가야 있다고 한다.
중정당 현판 앞으로 팔각기둥 위에 네모난 모서리를 다듬어 놓은 판석가 있는데 이것이 정료대(庭燎臺)이다. 화광대(火光臺), 노주석(爐柱石)이라고도 불리는 정료대(庭燎臺)는 한자로 뜰정(庭)에 횃불 요(燎)를 쓴다. 뜻풀이 그대로 행사때 관솔이나 나뭇가지, 기름통 등을 놀려놓고 햇불을 지펴 어둠을 밝히는 일종의 조명시설인 셈이다. 우리말로는 ‘불우리’다. 정료대는 대부분 서원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찾아볼 수 있는데 도동서원은 중정당 정면 마루 앞 자리에 보행을 방해 할 정도로 가깝게 설치하여 놓았다.
중정당은 높은 석축위에 건축되어 밑에서 올려다보면 건물의 상승감이 더해진다.
중정당은 앞면 5칸, 옆면 2칸 반으로, 지붕은 맞배지붕3이고, 지붕 처마를 장식한 것은 지극히 소박하다. 좌우 끝 칸에 온돌 방이 있고 앞 면에는 작은 툇마루가 있으며, 가운데 3칸 넓은 대청마루가 있고 양쪽 툇마루와 통하게 되어 있다.
중정당(中正堂)에는 <道東書院> 이라는 편액이 두개 걸려있다. 두개의 현판 중 바깥쪽에 있는 것은 퇴계 이황의 글씨를 집자(集字)해서 만든 것이고, 안쪽에 있는 것은 선조가 내린 사액현판(賜額懸板)이라고 한다.
또하나 특이헌 점이 있는데 중정당의 기둥에 들러진 흰색 한지(韓紙)이다. 이것을 "상지(上紙)"라고 하는데 오직 도동서원에서만 볼 수 있는 표식이다.
‘동방오현’은 우리나라 성리학 최고 인물 5명을 꼽은 것으로 성균관 대성전에 지금도 위폐가 모셔져 있다. 다섯분의 매우 뛰어난 현인 중에서도 수장(首長)인 김굉필을 기리기 위한 사당임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상지(上紙)인 것이다.
이렇게 상지(上紙)가 있는 서원을 지나갈때는 말을 타고가다가도 내려서 그 예를 표하고, 낙동강에 배를 타고 가던 사람들도 이 상지를 보고 절을 하였다고 하니, 도동서원의 그 위엄이 어떤지 알 수가 있는 상징적인 종이인 것이다.
‘동방오현’은 시대 순에 따라 서열이 정해져 있는데 5등 격이 바로 퇴계 이황이다. 그 위로 회재 이언적이 4번째, 당대 최고 인물이었던 조광조가 3번째, 2번째가 대학자 일두 정여창이다. 그리고 최고 인물인 첫 번째가 바로 김굉필이다. 우리가 잘 아는 율곡 이이나 우암 송시열도 동방오현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야말로 조선을 지배한 성리학이 가장 숭배하는 인물이 바로 김굉필이었던 것이다.
학문의 깊이에서 김굉필은 정여창이나 이황에게 비길 바는 아니었다. 그랬음에도 그가 동방오현의 첫머리에 오는 것은 그의 지조와 비장한 죽음이 남긴 인상이 워낙 강렬했던 덕분이었다. 그가 남긴 책들이 사후 모두 불태워져 지금 그의 학문 세계와 철학에 대해 접할 길은 없지만 그는 성리학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서원의 중심에 자리한 중정당 마루에서 보면 강당 양쪽에 있는 스승의 방문이 특이하다. 창호지가 바깥에 붙어 있다. 대개 문살 안쪽에 붙어 있어야 할 창호지가 왜 바깥에 붙어 있을까? 제자들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강당이 스승이 거처하는 방보다 중요한 공간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배움에 앞서 인성과 실천의 강조는 오늘에도 마땅히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한편 도동서원의 건물 배치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건물이 북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서원 강당 건물은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바라보며 양옆 동쪽과 서쪽에 유생들이 기거하던 기숙사를 거느린다. 그런데 이 서원은 낙동강을 바라보다 보니 북향이다. 일반적으로 내시의 종가나 무덤의 경우 매일 임금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북향으로 놓여 있다고 하지만 이곳은 배산임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남향을 포기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중정당 대청마루에서 바라 보면 왼쪽이 서쪽이요, 오른쪽이 동쪽이다. 하지만 도동서원은 자기가 소우주의 중심이 되어 동서남북의 네 방위를 서원 중심으로 재해석하였다. 즉, 중정당에서 내려보았을 때 왼쪽(서쪽) 건물을 동재, 오른쪽(동쪽) 건물을 서재라 이름붙였다. 지리학적 방위와 다르게 동재와 서재의 방향이 서로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조선은 해가 떠는 동쪽을 해가 지는 서쪽보다 더 중시하였다. 좌청룡우백호라 하여 좌의정을 우의정보다 우위에 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건축가 이종호 교수는 이렇게 당차게 자리 배치한 점에서 이 건물의 맛을 ‘오기의 건축’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실로 오기가 당당했던 김굉필을 모시는 서원답게 서원 건축 역시 호방한 오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동재와 서재는 유생들이 기거하던 기숙사로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 양식의 건물이다. 정면 3칸 중 한칸은 넓은 마루 공간이고 두칸은 온돌방이며, 동재를 거인재(居仁齋)라 하고 서재를 거의재(居義齋)라 부른다.
"도동서원은 독특하게도 북향집입니다. 낙동강을 유유히 바라보는 전망을 갖기 위해 북향으로 만들었지요. 그런데 우리 유학자들 고집이 보통 고집입니까? 방향을 반대로 해놓고도 서쪽에 있는 거인재(居仁齋)를 동재, 동쪽에 있는 거의재(居義齋)를 서재라고 했습니다. 보여주는 외관보다 내가 사용하는 내관이 더 중요하다는 뜻, 대단한 고집이지요?"
- 유홍준·시각장애인들 '손끝으로 떠난 문화답사(2011.09.17)' 에서 유홍중 교수의 미니 강의 -
거인재(居仁齋)와 거의재(居義齋)는 유생들의 기숙사이지만 건물배치나 건물구조에서 차별성을 두었다.
강당에서 봤을 때 왼편에 위치한 거인재(居仁齋)(동재)는 양반자제와 상급생들이 학문을 닦으며 기거하는 곳으로 멋들어진 둥근기둥과 네모난 기둥이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부를 하다 피곤하면 쉴 수 있는 툇마루가 있었고 마루와 벽은 나무로 되어 있어 여름에는 시원했을 것이다. 아궁이는 뒷편에 있어 노비들이 불을 지펴줬다고 한다.
한편 강당에서 봤을 때 오른쪽에 위치한 거의재(居義齋)(서재)는 평민과 하급생이 기거하던곳으로 사각의 못난 기둥으로만 지어져있다. 벽면에는 창문이 없어 답답하게 보이고 동재의 툇마루 대신에 아궁이가 앞쪽에 있어 기거하던 유생들이 직접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했다.
중정당에서 사당으로 향하는 길에 향사에 필요한 생단(牲壇)이 있다.
생(牲)이란 향사 때 제수로 쓰일 소나 돼지·염소와 같은 짐승을 말하며, 생단(牲壇)은 제사 전날 제관들이 그 생(牲)을 올려놓고 품질이 제수로 적합한지를 검사하는 돌탁자처럼 생긴 것이다. 향사 전에 제관들이 잡을 돼지를 돌며 상태를 검사한 뒤 <돌>하면 <충>이라는 답변이 나온다. <돌>은 살찌고 괜찮다는 뜻이고<충>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를 3회 반복하여 희생물이 충실하고 흠결이 없으면 서원 관리사인 전사청 마당에서 잡아 손질했다. 잡은 돼지는 머리째 세로로 반을 갈라 생고기 상태로 사당에 모신 두 분(김굉필과 도동서원을 건립한 정구)에게 각각 제사 지낸다.
사진출처 : 국립문화재연구소(http://www.nrich.go.kr/)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표시 기준(공공누리,KOGL) 제1유형”
<사당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 본 중정당의 뒷 모습>
서원 최상단부분에 위치한 사당은 한휜당과 외증손 한강 정구(1543~1620)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 맞배지붕을 하고 있다.
중정당에서 사당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사당을 출입하는 문과 연결되어 있다. 특이하게 사당 출입문은 세 개인데 오르는 계단은 두 개밖에 없다. 사당 중앙에 있는 출입문과 연결된 긴 돌계단은 선비들이 이용하는 계단이고, 사당 오른쪽의 출입문과 연결된 작은 돌계단은 일꾼들이 드나들 때 이용하는 계단일까?
한편 왼편에 있는 출입문에는 계단이 놓여있지 않은데, 이것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 문일까?
중정당 뒷편에 자리하고 있는 사당은 문이 꼭 닫혀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곳에서도 다양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다. 사당으로 올라가는 내삼문 계단의 좌우측에는 새겨진 태극(太極)문양 조각과 만자(卍字)문양 조각 그리고 계단 상단부 즈음에 희화화된 용머리 조각이 사당 내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사당으로 오르는 소맷돌에는 연꽃 봉오리가 소담하게 조각되어 있다. 연꽃은 불가에서만 귀하게 여겼던 것은 아니다. 유학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군자를 뜻하는 꽃으로 선비 정신을 일깨워준다. 사시사철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의 풍모를 닮는 선비가 되라는 경구처럼 느껴진다.
사당 출입문 계단석 앞에는 연꽃을 새긴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계단돌 하나가 놓여 있다. 도동서원은 이같이 곳곳에 돌조각들이 있어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닫혀진 사당 출입문 사이로 바라 본 사당 내부>
한편 서당 옆 담장에는 사각형으로 뚫려 있는 빈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것은 제사가 끝난 다음 제문을 태우는 '감(坎)'이라는 것이다. 다른 서원에서는 땅에 구덩이를 파서 묻는 '예감(瘞坎)'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는 '벽감(壁坎)'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출처 : 국립문화재연구소(http://www.nrich.go.kr/)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표시 기준(공공누리,KOGL) 제1유형”
도동서원에서 감상할 것 중에는 담장을 빼놓을 수없다. 담장은 중정당과 서당을 포함하여 전국에서 최초로 보물로 지정되었다.[도동서원강당사당부장원(道東書院講堂祠堂附墻垣: 보물 350)]
담장은 암기와와 수막새를 이용하여 음양의 조화와 장식효과를 연출한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담장 가장 아랫부분은 진흙을 섞어 막돌을 두세 층 쌓았다. 그리고 위에 황토와 암기와를 번갈아 가면서 5층으로 줄 바르게 쌓고 그 위에 다시 기와로 지붕을 얹어 마무리하였다. 황토와 암기와 사이사이에는 가로 1m간격으로 수막새를 엇갈리게 끼워 넣어 모양을 내고 있는데, 황토와 암키와의 단조로운 배치에 둥근 모양의 수막새가 들어가 장식적으로도 아름다운 토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동서원의 토담은 성리학의 음양오행을 면밀히 계산한 중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아랫부분의 흙(음)과 막돌(양), 윗부분의 암기와(음)와 수막새(양)는 음양의 조화를, 흙과 암기와를 다섯 층으로 쌓은 것은 오행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다. 토담의 아름다움은 흙과 암기와, 수막새가 빚어내는 조화로움에도 있지만, 서원이 자리한 지형의 높낮이와 배치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담장의 높이, 그리고 일직선의 단조로움을 벗어나 담장끼리 서로 만나 교차하는 자리에서의 변화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담장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서원안에서 보는 것보다는 바깥에서 감상하면 그 아름다움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부속건물로 장판각과 증반소, 전사청등이 있다. 장판각은 자주 사용하는 교재나 문서를 찍어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목판 및 유물을 보관하던 곳이다. 증반소는 사당의 우측에 있으며 제기를 보관하고 제물을 준비하는 곳이며, 전사청은 서원 바깥에 설치되어 문묘 제향과 제물을 맡아 보던 일종의 관청 건물이었다.
도동서원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훤당 김굉필과 그의 스승이었던 점필재 김종직의 결별사건이 생각났다.
사실 한훤당이 스승과 결별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윤리적인 배반이 아니었던가! 그 점에서 한훤당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퇴계와 남명은 한훤당을 두둔했다. 퇴계는 학문상의 이유로, 남명은 처신의 문제로 보면서 한훤당을 지지했다. 우리 현대사에서도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의 괴리는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지 않는가?
-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인생도처유상수편)" 중에서 일부 인용 -
- 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 1454~1504). 그는 고려 말의 정몽주에게서 비롯되어 길재·김숙자·김종직에게 차례로 전해진 유학의 도통을 이어받은 조선조 사림파의 적자(嫡子)라고 일컬어진다. 김굉필은 1454년 한성 출신으로 27살에 생원시에 합격 후 마흔에 정6품 벼슬인 형조좌랑을 지냈으며, 1504년 세상을 뜬 성리학자로 시림파 시조 김종직을 스승으로 두었다. [본문으로]
- 한국 목조 기와지붕 중에서 우진각지붕과 같이 사방으로 지붕면이 있으나 양측 지붕면 위에 삼각형의 합각(合閣)이 있어서, 우진각지붕 상부를 수평으로 잘라 그 위에 맞배지붕을 올려놓은 것 같은 복합형 지붕형식 [본문으로]
- 가장 간단한 지붕형식으로 지붕면이 양면으로 경사를 짓는 지붕. 집의 앞뒤로 평면에 따라 길쭉하게 지붕이 구성되어 가늘고 긴 지붕이 된다. 좌우 측면은 ㅅ자형의 구성 그대로 두는데 박공을 달아 장식한다.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