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도토리와 상수리 감별법 본문

Family/Life

도토리와 상수리 감별법

곤지둑 2015. 10. 9. 20:29

시인이 말하는 도토리와 상수리 감별법
@ 드러누워 배꼽에 얹어놓고 흔들었을 때 굴러 떨어지면 상수리, 잘 박혀 있으면 도토리.
@ 귓구멍에 박아 넣어도 쏙 빠지면 상수리, 큰일났다 싶어지면 도토리.
@ 꼬마들 구슬치기 대용이 되면 상수리, 그렇지 못하면 도토리.
@ 속을 파내고 호루라기로 쓸 수 있는 건 상수리, 되레 손가락 파먹는 것은 도토리.
@ 떡메 맞고 후두둑 떨어지는 건 상수리, 여물어 저 혼자 떨어지는 건 도토리.
@ 줍다가 말벌에 쏘일 수도 있는 건 상수리, 땅벌에 쏘이게 되면 도토리.
@ 구워서 먹을 만하면 상수리, 숯 부스러기만 남는 건 도토리.
@ 동네총각 주머니로 가는 것은 상수리, 꼬부랑할망구 앞치마로 가는 것은 도토리.
@ 맷돌에 넣고 갈 때 너무 커서 암쇠에서 매좆이 쑥쑥 빠지는 건 상수리, 금방 가루가 되는 것은 도토리.
@ 떨어질 때 산토끼 다람쥐가 깜짝 놀라면 상수리, 아무도 모르면 도토리.
@ 목을 쒔을 때 빛이 나고 찰지면 상수리, 거무튀튀하고 틉틉하면 도토리.
@ 잠깐 동안 이만큼 주울 수 있으면 상수리, 찾아 다니다가 발목만 삐는 건 도토리.
@ 갓난아기 불알만하면 상수리, 할아버지 썩은 송곳니만하면 도토리.

- 화가 안정균 님의 그림에 글은 시인 이정록(李楨錄)님의 여섯 번째 시집 『정말』에 쓴 한창훈 님의 발문 중에서 옮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