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대구수목원] 꽃무릇 본문
촬영일시 및 장소 : 2016.09.21. 이른 아침 대구수목원.
대구 수목원에서 꽃무릇(石蒜花)을 만나다.
잎사귀 하나 없는 초록빛 긴 꽃대에 붉게 물든 꽃이 한 송이 피어있다.
花葉不相見(화엽불상견)
꽃이 진 후에 비로소 잎이 나므로 꽃과 잎은 서로를 볼 수 없는 꽃이다.
(이와 비슷하게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식물로는 상사화가 있다)
잎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이 피빛으로 멍들어 피어난 꽃같다.
꽃무릇 / 류인순
생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슬픈 사랑이라면
차라리 사랑이라 하지 말 것을
설렘으로 발그레한 뺨에
긴 목 빼고 속눈썹 추켜올려
오늘도 임 기다리다
선홍빛 눈물만 흐르고
숨바꼭질하는 슬픈 사랑아
그리움에 온몸 불타오르다
힘없이 지쳐 쓰러지는 날
임이여 정녕 그때 오시려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를 비롯하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이다.
우아한 자태의 연꽃과 달리 너무나 화려하고 유혹적인 빛깔인지라 절과는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유독 절집에 꽃무릇이 많은 이유는 뭘까?
바로 꽃무릇 뿌리에 있는 독성 때문.
코끼리도 쓰러뜨릴 만큼 강한 독성분으로 인도에서는 코끼리 사냥용 독화살에 발랐다지만 국내에서는 사찰과 불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해왔다. 절을 단장하는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의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필요성으로 심은 것이 번져 군락을 이룬 것이다.
꽃무릇 / 안수동
잡은 손 놓으신 날
끈 끊어진 연鳶이 되고서야
저도 어미가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을 여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통한이 되고서야
살가운 딸이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 가신 꽃자리에
이슬로 고인 녹색 그리움을 마시며
상사화는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바람도 볼 수 없는 설움에
꽃잎만 마냥 흔드는데
갈래
갈래로 찢어진 갈래꽃
꽃무릇이여
불효한 여식의 삼베 적삼을
피빛으로 물들인
사모의 꽃이여.
<자주달개비: 외떡잎식물 닭의장풀목의 여러해살이풀>
2016.09.06. 영해 괴시리전통마을에서 촬영한 상사화.
꽃무릇(석산)과 같이 꽃이 진 후에 비로소 잎이 나므로 꽃과 잎은 서로를 볼 수 없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