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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리도(躍鯉圖)가 그려진 도자기 연적

곤지둑 2015. 11. 11. 16:12

옛날 선비들이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쓸 때 필요한 네가지가 문방사우(종이 붓 먹 벼루)다.

비록 문방사우에 들지는 못해도 지필연묵(紙筆硯墨) 못지 않게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이 바로 연적(硯滴)이다. 부담없는 가격에 재현품(모조품) 연적을 한 점을 구입하였다. 사실 가격의 부담도 없었지만 연적 상단에 그려진 그림때문에 구입한 것이다. 

바로 약리도(躍鯉圖)이다. 약리도(躍鯉圖)는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 그림이라는 뜻이다. 

강이나 하천에 사는 잉어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중국의 등용문(登龍門) 그림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용문(龍門)은 황하(黃河)와 분하(汾河)가 합치는 지점에서 황하의 200km 상류에 있는데, 양 기슭이 좁고 아주 심한 급류(急流)여서 배나 물고기가 쉽게 오르지 못하는데 잉어가 여기를 오르면 용이 되어 등천(登天)한다 함. [네이버 지식백과]’

즉, 잉어는 평범한 사람을 뜻하고 용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대비시켜 어려움을 이겨내고 출세한다는 내용을 가진다.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장원급제를 통해 출세하기 위해 면학에 힘쓰는 선비들은 잉어가 뛰어 오르는 그림인 약리도(躍鯉圖)를 방에 걸어 놓거나 잉어를 새긴 벼루나 연적을 지필묵과 함께 가까이 두고 사용하면서 과거에 급제하기를 스스로 다짐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도 입시나 고시와 같은 시험을 치는 사람들에게 부적으로 인기가 많고 입시학원이나 고시원, 독서실 중에서 등용문이란 이름은 흔하다.





<약리도, 작자미상, 조선, 경기대학교 소장>



국립민속박물관소장. 출세와 득남을 상징하는 잉어를 소재로 그려진 그림. 족자. 지본수묵(紙本水墨). 화폭(세로 116, 가로 62). 해가 떠오를 때에 물속에서 잉어가 물결치며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이 그려짐. 화면 우측 가장자리에 화제(畵題)가 묵서되고, 백문방인과 주문방인이 찍힘. 신묘년 가을에 자련(紫璉)이 그림. 나무판 뒷면은 비단으로 표장(表裝)되고, 앞면은 족자를 펼친 상태로 부착됨. 상하단 반달축과 족자봉은 쇠못으로 고정됨.





<심사정(沈師正, 1707-1769), [어약영일(물고기가 뛰어 해를 맞이하다)], 18세기종이에 먹과 엷은 색, 129 x 57.6 cm, 간송미술관>

해가 떠오르는 바닷가의 일출 현장이다. 살지고 커다란 잉어 한 마리가 긴 수염을 휘날리며 도약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잉어는 바다가 아닌 큰 강 하류나 저수지, 댐 등에 서식하는 민물고기이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생태학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이 그림은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세상을 삼킬 듯한 파랑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의연하고 힘차게 물결을 뚫고 나온다.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태양도 약동하는 기운을 더한다. 등용문의 고사가 도해된 그림으로 대기의 충만이 그대로 전달되는 축수화. 






<근현대 여류 중국화가 오청하(吳靑霞)의 어약용문(魚躍龍門)(1997年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