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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 작가의 '아저씨' 본문

Family/Life

박진성 작가의 '아저씨'

곤지둑 2015. 11. 19. 22:44

지인(知人)과 동거하고 있던 '아저씨'를 우리 집으로 초대하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입에서는 술냄새를 풍기고 한손에는 아직 반쯤 남은 소주병을 쥐고있다.

축 늘어진 어깨하며 허공을 향해 고개들고 있는 얼굴 표정이 참으로 묘하다. 마치 유행가 가사처럼 아저씨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나는 어른이니까" 더구나 "가장(家長)이니까" 차마 소리내어 울 수가 없어 쓴 웃음으로 애써 참아보지만 눈가에 고이는 눈물마저 감출 수는 없다. 삶이 주는 중압감으로 축 늘어진 어깨 너머 서러움 가득한 노을빛 하늘을 보면서 괜시리 눈물이 고일 때의 내 심정을 아저씨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래, 이런 감정이 바로 '공감'이다.

그래도 다행히 그 아저씨의 모습이 한없이 외롭고 처량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위안이 되고 남몰래 슬쩍 미소까지 머금어진다. 눈물에 젖은 촉촉한 눈매, 순박하고 선량한 표정과 낡아서 늘어진 난닝구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

우리집을 떠날 때 진달래 빛깔 담은 아저씨의 연분홍 난닝구에서 나는 희망의 메세지를 번뜻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