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거창 금원산 캠핑후기(2010.08.12-14) 본문
7월 초 첫 번째 캠핑에서 엄청난 비로 인해 예약한 데크에 텐트를 설치하지도 못하고 할 수 없이 방가로 차양막 아래에 텐트를 설치한 경험으로 타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숙고끝에 두 번째 캠핑 장소는 거창 금원산 자연휴양림으로 정하고 펜션이 훨씬 좋다는 아내를 다시 설득 -집을 떠나 돌아올 때까지 공주로 받들어 모시겠다. 출발부터 도착때까지 내가 지어주는 집에서 내가 짓는 밥먹고 매미소리와 계곡 물소리를 배경음삼아 드러누워 실컷 책이나 읽어라등 -하였습니다. 마침 그토록 기다리던 와우캠퍼에서 공구한 미니타프가 11일날 배송되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거실에서 이리저리 펴보고 타프 설치방법을 인터넷에서 몇 번이나 검색하고 머리속에 익혔습니다.
1996년에 출생한 올해 14살된 코오롱 돔텐트, 신혼초에 구입하여 2-3번정도 사용한 장비들 그리고 그동안 인터넷을 기웃거리며 구입한 소소한 캠핑장비들을 승용차 트렁크에 구겨넣고 아침 일찍 대구에서 금원산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 타이어가 펑크나 긴급처치하느라 시간이 소요되어 혹시 사이트가 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도착해보니 생각밖으로 사이트는 반 정도 비어있었습니다.
도로 옆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개수대(수도꼭지가 6개로 수압이 엄청남)와 화장실(재래식이나 아침, 저녁으로 관리원이 청소하여 비교적 청결함)이 비교적 가까운 장소에 있는 사이트에 자리잡았습니다. 데크(사이즈는 2700mm*2700mm의 정방형)위에 텐트를 설치하는 것은 비교적 수월했으나 데크 주위는 평탄면이 아니고 바위아 나무들이라 타프가 처음인 나에게는 설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 설치한 타프였지만 공구한 미니타프는 방수능력이 걱정되는 14살짜리 나의 텐트를 비로부터 보호해 줄 만큼 믿음직하였습니다.
야영장 거의 대부분이 숲으로 덮혀있는 그늘이라 시원하였지만 사이트에서 10m정도 아래에 있는 계곡에 서 있으니 마치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그 앞에 서있는 느낌이더군요. 한기를 느낄 정도로 시원하였습니다. 어찌 에어컨 바람에 비교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파리, 모기와 개미를 전혀 구경하지 못한 것도 금원산이 주는 매력이었습니다.
준비해 간 식재료로 공주를 위한 밥상을 준비하였습니다. 특히 와우캠퍼에서 구입한 코베가3waw가스버너를 이용하여 부친 감자전에 부대찌개 그리고 막걸리 한 잔은 도시생활에 찌든 나의 심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2폴딩테이블과 릴렉스체어를 준비해 갔지만 오히려 비어있는 데크위에 발포매트깔고 새소리와 계곡소리를 배경음 삼아 만찬을 즐겼습니다. 입식모드보다는 우리 부부에게 좌식모드가 오히려 편하더군요. 동양화 속에서 의자에 앉아있는 신선보셨나요?
식사 후에는 금원산 산책로를 따라서 숲체험에 다녀왔으나 카메라를 준비하지 못해 그 비경을 보여줄 수 없어 아쉽네요.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빗줄기였습니다. 타프가 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였습니다. 대학시절 가져다니던 1963년산 미군용 판쵸를 타프앞에 설치하니 어닝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또한 와우캠퍼에서 구입한 랜턴 폴대도 저녁만찬에서 촛대처럼 유용하게 활용하였습니다. 고급호텔의 바베큐와 와인 한 잔이 어찌 빗속에서 구워먹는 삼겹살과 소주 한잔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마침 금원산 관리사무소에서 "숲 속 작은 음악회"를 야외 공연장에서 개최하였습니다. 빗속에서 듣는 통기타- 대학시절 야영갈 때 필수품이었던 -연주는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폭우는 새벽까지 계속내리다가 아침쯤에 그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미니타프 아래 보관해 둔 우리 가방들 다 멀쩡하였습니다.
타프는 폭우때문인지 물먹음이 있었고 타프 아래에도 약간의 습기가 있었습니다.
새벽 물안개 속의 계곡은 신비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사진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네요.
다시 떠나고 싶습니다.
펜션이 주는 안락함과 편리함에서 벗어나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습니다.
벽으로 둘러쌓인 큐브에서 벗어나 무한으로 펼쳐진 공간 속의 한 점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