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옹기] 동물문양이 새겨진 초병(醋甁) 본문
옹기 초병(醋甁)은 부엌 부뚜막에 올려놓고 막걸리등을 이용하여 식초를 익혀내던 용기로 1970년대 이전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생활 옹기였다.
옹기초병은 '초두루미'라 부르기도 한다. 초병의 형태가 두루미처럼 목이 좁고 길며 배가 불쑥 나와 있어 두루미를 닮았다는 뜻도 있겠지만, 초병 속에 두루미처럼 장수할 수 있는 식품인 식초를 담고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사진의 옹기초병은 손으로 쥐었을 때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목부분을 죽절모양으로 만들었고 귀때 윗부분에는 배꼽을 붙여 놓았으며, 몸통에는 2줄의 근개띠를 음각선으로 새겨 단순한 멋을 내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옹기초병이지만 다른 초병에서 찾아 보기 힘든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목부분 아래, 귀때 옆에 새긴 동물문양이다. 옹기장이가 손끝으로 그린 초화문((草花文))은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밑가새같이 뽀쪽한 물체를 이용하여 알 수 없는 동물문양을 새겨 넣은 경우는 만나지 못하였다.
도대체 이 문양은 어떤 동물을 표현한 것일까?
얼핏 보기에는 자라나 남생이로 보이지만 새겨진 문양의 다리 갯수는 10개이므로 자라나 남생이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동물 중에 이런 문양을 가진 동물은 없다. 부엌의 날벌레가 초병 속으로 들어 오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가상의 동물일까?
동물문양의 이름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식초가 상하지 않고 발효가 잘 되도록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있는 그림임은 틀림없다.
옛날 우리의 어머니들은 술을 담은 초병을 부엌의 부뚜막 곁에 두었다. 초병을 부뚜막에 두었던 이유는 부뚜막이 정결하고 한적하면서도 주부가 자주 드나드는 곳인 동시에 식초 발효에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엌을 드나들 때마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초야, 초야 나와 살자 나와 살자"하면서 초병을 자주 흔들어주던 풍습이 있었다. 이와같이 초병을 자주 흔들어주던 이유는 호기성(好氣性) 세균인 초산균(醋酸菌)의 발효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여주는 효과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조상들의 과학적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