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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꽃(石竹花)

곤지둑 2015. 12. 15. 16:53




거꾸로 뒤집으면 옛날에 서민들이 쓰던 패랭이 모자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인 패랭이꽃.

거추장스럽거나 거들먹거리지 않는 실용적인 모자를 쓰고 바지런하게 생활하던 서민들의 모습과 화려하지 않고 평범하며 귀하지 않고 뽐내지 않아 친근함이 느껴지는 패랭이꽃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내면까지 닮았다.

패랭이꽃은 한자어로‘석죽화(石竹花)’라 부르는데 대나무처럼 줄기에 마디가 있대서 지어진 이름이다. 

단원 김홍도의‘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에는 바위와 함께 석죽화(石竹花)가 등장한다. 




그림 속 바위(石)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 오래 살라는 장수(長壽)를 상징하고 대나무 죽(竹)자는 중국 음으로 '주[zhu]'로 읽는데, 축하한다는 뜻을 지닌 축(祝)자와 소리가 같다. 따라서 바위와 함께 패랭이꽃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는 축수(祝壽)의 뜻을 갖는다.

한편 서양에서 중국산 석죽을 개량해 꽃송이를 키우고 빛깔도 여러 가지로 만든 것이 바로 오늘날의 카네이션(carnation)이다.

우리는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렸어도 그저 감상하기만 했던 패랭이꽃. 

그 흔한 패랭이꽃이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면 감사의 선물로 불티나게 팔리는 카네이션이 되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고려때의 문인 정습명(鄭襲明)은 정원에 피어있는 귀족적인 꽃이 아니라 거친 들판에 핀 서민적인 '패랭이꽃(石竹花)'을 읊고 있다.

世愛牧丹紅(세애목단홍) 세상 사람들 모란의 붉음만 사랑하여

栽培滿院中(재배만원중) 집집마다 온 뜰에 심어 가꾸네

誰知荒草野(수지황초야) 뉘 알았으리, 거친 들풀숲에

亦有好花叢(역유호화총) 이런 좋은 꽃떨기 있을 줄을

色透村塘月(색투촌당월) 꽃생김은 연못 속 달보다 아름답고

香傳壟樹風(향전롱수풍) 언덕나무 바람결에 풍기는 향기

地偏公子少(지편공자소) 외진 땅 귀공자가 따로 없으니

嬌態屬田翁(교태속전옹) 아리따운 자태 늙은 농부 홀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