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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Poem

어머니, 물동이에 달을 길어 오셨다

곤지둑 2015. 7. 9. 11:51

어머니, 물동이에 달을 길어 오셨다 ​-이근배-

옹달샘 새벽달을

물동이에 길어 와서

장독대 정화수 올려

띄우시던 어머니

꽃산에 오르실 때에도

달은 두고 가셨다

운학상감 청자 말고

청화모란 백자 말고

어머니 손길에 닳아

윤이 나던 질항아리

그 사랑 어루만지고 싶다

얼굴 부벼 안고 싶다.​


물동이 / 오대교


십리 길을 걸어도

물 한 방울 안 흘리시던 어머니

출렁이는 물을 이고서

출렁출렁 잘도 걸으셨다

강물도, 바닷물도, 사람 마음도

출렁거리지 않는 게 어디 있더냐

다스리며 사는 거여

한 걸음 한 걸음 조신하면 되는 거여

이놈의 가슴은 왜 이리 또 출렁대는지

치마끈 질끈 동여매시던 손길

어머니의 물동이는

늘 잔잔한 샘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