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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Life

동지 팥죽

곤지둑 2015. 12. 22. 21:46

동지팥죽의 추억 / 문재학     


사립문 밀고 들어서면

한없이 포근한 가족의 온기(溫氣)

초가지붕위로 피어오르는

아스라한 그날  


도란도란

화롯가에 둘러앉아

환담(歡談)속에 굴리던 새알  


한 살 더 먹는 나이 수만큼 먹으라는

그 새알들. 동지팥죽 

솥뚜껑 소리에 익어갔다.   


호롱불에 타던 기나긴 밤 

문풍지 울리는 설한풍(雪寒風)에

자리끼도 얼던 동지 날  


잡귀(雜鬼) 물리치려 집안 곳곳에 

솔가지로 뿌리던 동지팥죽

새하얀 눈 위를 붉게 물들였다.  


가족 안녕을 비는

어머니 지극정성에 강추위도 녹았다.  


세월의 강물에 출렁이는

꿈결같이 아련한

그 시절이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