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벌교] 소설 태백산맥 문학기행 - 현부자집 & 소화의 집 본문
소설 첫 장면에 나오는 현부자네 집은 조직의 밀명을 받은 정하섭이 활동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새끼무당 소화의 집을 찾아가고, 이곳을 은신처로 사용하게 되면서 현부자네 집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펼쳐진다.
"그 자리는 더 이를데 없는 명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풍수를 전혀 모르는 눈으로 보더라도 그 땅은 참으로 희한하게 생긴 터였다...."
2층 누마루가 있는 문간채. 가운데 누마루가 있는 출입문이 있고, 양쪽에 방이 2칸씩 있다. 전통적인 한옥의 문간채와는 다른 구조를 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이 누각은 현부자가 올라앉아 기생들과 함께 풍류를 즐기면서 자기 소유의 중도들판을 내려다보던 곳으로 묘사되어 있다. 누각에 올라 자기 소유의 들판을 내려다보는 일은 지주의 몫이다. "저것이 다 내 땅이여······."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헛웃음 풀풀나도록 흐뭇했겠지.
하지만 소작농의 몫은 무엇이었나. 현부자의 시선에 짓눌리면서 그 들판에서 일해야 했던 소작농들에게는, 고픈 배를 움켜지고 뙤약볕아래 허리 한 번 펴지 못했던 그들에게는, 그 누각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대청마루 앞에 양옥이나 일본주택의 출입문처럼 돌출된 출입구를 두고 있는 집이 독특하다. 기와지붕을 올리고 한옥의 목조구조형태를 하고 있지만 한옥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구조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자연석을 쌓은 화단이 있는 정원과 그 뒷편으로 안채가 보인다. 마당에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전통한옥에서는 거의 없는 경우로 일본 주택 정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식 양식이 반영되었지만, 아궁이가 있는 온돌방있고 전체적인 형태는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다.
"조그만 하고 예쁜 기와집. 방 셋에 부엌 하나인 집의 구조... 부엌과 붙은 방은 안방이었고, 그 옆방은 신을 모시는 신당이었다. 부엌에서 꺾여 붙인 것은 헛간방이었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무당 소화네 집의 모습이다. 당시의 무당집은 실제로 제각으로 들어서는 울 안의 앞터에 있었다.
'그건 바람소리만이 아니었다. 뒤란의 돌담에서 울려 바람에 섞인 소리. 그건 돌이 맞갈리는 소리가 분명했다. 누군가가 돌담을 밟지 않고서야 생길 수 없는 소리였다. 베틀에 올려진 명주올처럼 팽팽하게 긴장된 그녀의 신경줄들은 격자창으로 뻗어가 있었다.'(태백산맥 4권 205쪽)
소설 속에서 소화의 연인인 정하섭이 밤중에 몰래 소화의 집으로 찾아오는 장면이다.
어머니인 무당 월녀와 함께 사는 이 집은 방 셋에 부엌 하나인 구조로 돼 있다. 소설에서 그려진 소화의 모습처럼 정갈하고 아담한 모습이다. 소설 태백산맥은 이 집에서 정하섭과 소화가 애틋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으로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