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큰개불알풀 열매 본문
오늘 새벽 산책길, 도원지 둑가에서 ‘큰개불알풀’의 열매를 보았다.
‘큰개불알풀’은 '오오이누부구리(おおいぬぶぐり)'라는 일본명을 그대로 번역한 한글 명칭이다.
[おお(오오)- 大- 큰, いぬ(이누)- 犬- 개, ふぐり(후구리)- 陰囊- 불알]
꽃 진 후 열매의 모습이 수캐의 뒷다리 사이에 매달려 달랑거리고 있는 음낭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왜 일본학자는 어여쁜 꽃이 아니고 하필이면 열매 모양을 보고 민망한 이름을 붙였을까.
그 이름이 민망하여 ‘까치가 기쁜 소식을 알려주듯 봄 소식을 알리는 꽃’이라 하여 요즘은 ‘봄까치꽃’이라 개명하여 부르기도 하지만 공인된 이름은 아니다. 북한에서는 ‘왕지금꼬리풀’이라 명명하는데 ‘지금(地錦)’이란 '땅에 깔려 있는 비단'이라는 뜻으로 '담쟁이덩굴'도 '지금'으로 부른다.
이름에 ‘큰’이란 말이 들어 있지만 전혀 크지 않다. 개불알풀이나 선개불알풀에 비해 꽃과 열매가 크다는 의미일 뿐 아주 작은 식물이다.
꽃의 지름이 5∼8㎜ 정도로 새끼손톱보다 작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천으로 피는 이 꽃이 언제 피었다 지는지도 모르고 산다.
큰개불알풀 꽃을 보려면 몸을 낮춰 풀밭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예쁜 꽃을 보면 그 수고가 아깝지 않다. 시인 이해인은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이라고 했다.(시 ‘봄까치꽃’)
큰개불알풀은 늦가을이나 겨울에 싹이 터 이른 여름 말라죽을 때까지 꽃이 피는데 꽃 하나하나는 하루만 피고 지는 하루살이 꽃이다. 다른 꽃이 계속 잇따라 피어 오래 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을 좋아해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 길가 빈터에서도 볕 잘 들고 바람을 피할 수 있으면 한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개불알풀 종류는 농약에 취약해 이들 풀의 유무가 논밭이나 과수원의 농약 과다 살포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왕지금꼬리풀’이라 명명하는데 ‘지금(地錦)’이란 땅의 비단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