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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코고무신 / 황영진 본문
[배인석_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다_강주룡의 고무신_가변 설치_2009]
[사진출처: 국가보훈처 대표 블로그, http://mpva.tistory.com/108]
어매는 없고 코고무신만 남아 있네.
한 쪽만 닳아 구멍이 보이는
작은 코고무신 한 켤레.
다리 절던 우리 어매 이걸 신고 살았지.
밥 지을 때도 신었고
밭 매러 갈 때도 신었지.
고추를 딸 때도 신었고
마늘을 심을 때도 신었지.
산나물 뜯으러 갈 때는 새끼로 묶어 신고
담배를 엮을 때는 잠시 벗어 두기도 했지.
한 쪽이 닳으면 바꿔 신었지.
맨발로 맨살로 세상에 나와
한 쪽만 늦게 닳았던 코고무신 우리 어매
절뚝절뚝 평생을 걸어도
양쪽을 똑같이 닳게 하였지.
마지막 한 켤레,
남은 한 쪽 마저 닳구지 못하고
병들어 어매는 죽고 말았지.
어매는 저 세상에서도 절뚝거리며 살까.
한 쪽이 덜 닳은 코고무신을 내려다 보며
삼밭골 묵밭을 안타까이 바라볼까.
처마 밑 구석에,
한 쪽이 덜 닳은 코고무신만 남아 있고
코고무신 주인인 어매는 이제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