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박쥐문양(蝙蝠文樣) 본문
박쥐라는 이름의 유래는 밤에 잘 돌아 다니는 ‘밝은 눈을 가진 쥐’라는 뜻에서 ‘밝쥐’라고 불렀다가 박쥐로 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주로 밤에 활동하므로 ‘밤쥐’에서 박쥐가 되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박쥐는 시력이 매우 나쁜 대신 큰 귀를 가지고 있어 청각이 발달하였다. 초음파(20,000Hz 이상의 고주파로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발생하여,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어 오는 초음파를 듣고 거리를 측정하여 날아다닌다.
박쥐(蝙蝠)는 얼핏 생각하기에 그 생태가 길상(吉祥)과는 반대되는 듯한 이미지를 주는 동물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가구나 백자, 생활용품 등에서 박쥐 문양으로 장식된 사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 미루어 박쥐는 조선시대에 길상을 상징하는 동물임을 추측할 수 있다.
박쥐를 행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해석하는데는 박쥐의 한자어 편복(蝙蝠)의 박쥐 복(蝠)자를 복 복(福)자로 해석하는데서 기인한다.
중국에서는 식당에 붉은 글씨로 [福]자를 크게 써서 거꾸로 붙여 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복이 쏟아지다라는의미이다. 또, 박쥐 복(蝠)자는 부자 부(富)와 중국 발음[fu]이 같아서 중국에서는 부자 되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고, 박쥐 다섯 마리를 그려서 오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사진출처 :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사진출처 :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또 박쥐는 하늘나라의 쥐라고 하여 천서(天鼠)라고도 하고, 신선의 쥐라고 하여 선서(仙鼠)라고도 한다. 그래서 박쥐는 일상용품이나 회화, 공예품, 가구의 장식, 건축 장식등의 문양으로 많이 사용되어 오고 있다.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 중 일부>
길상문양으로 사용된예를 보면, 베갯모에 쓰인것은 다산(多産)과 득남(得男)을 상징하였다. 박쥐의 강한 번식력과 하늘을 덮듯이 날아다니는 박쥐무리를 보면 다산을 떠올리게 된다. 또 박쥐 삼작 노리개는 금과 은으로 박쥐모양을 새긴 세가지 노리개를 한고리에 단것이며 이것도 다산을 기원하는 뜻에서 지녔다.
<사진출처 :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사진출처 : e뮤지엄, 공공누리>
박쥐는 오복(五福)을 가져다주는 동물이라고도 믿어왔는데, 오복이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수호덕(收好德), 고종명(考終命)을 말한다. 부작(부적)에도 오복의 수호신으로 상징되며, 덕을 많이 쌓는 사람의 행복을 방해하는 귀신을 쫓는 표상으로 그려진다.
또 흰 박쥐는 천년 묵은 것이라 해서 잡아먹으면 장수한다고 믿었다. 붉은 박쥐(황금박쥐)가 나타나면 특별히 좋은 징조라고해서 사악한 기운을 막고 큰 복의 징표라고 믿었다. 지금도 중국식당에 붉은 글씨로 쓴 복자를 거꾸로 매달아 놓는 것은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듯이 복이 달려 있기를 비는 뜻이다.
<사진출처 : 국립민속박물관, 공공누리>
풍수지리서에는 산(山)모양이 박쥐형일때, 이곳에 묏자리를 정하면 후손들이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오르고 부귀를 누리게 된다고 한다.
박쥐는 밤눈이 밝다고 밝쥐라는 유래와 야행성이라 밤눈이 밝은 밤쥐라는 유래 두 가지가 있다. 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박쥐가 늘 좋은 동물로만 생각된 것은 아니다. 1678년 숙종 4년에 홍만종이 쓴 <순오지(旬五志)>라는 책을 보면 박쥐의 이중성이 잘 나온다. 날짐슴 새들이 다 모이는 봉황의 잔치에 박쥐는 길짐승이라 하여 가지 않았다. 들짐승 기린의 잔치에는 박쥐는 날짐승이라 하고 가지 않았다. 박쥐는 날짐승과 들짐승 모두에게 미움을 받아 밤에만 밖에 나오게 되었다고 <순오지>에 전한다. 박쥐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우화는 <이솝 우화>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