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그림 속 호랑이 이야기(2) - 신년보희(新年報喜) 본문
소나무가 있고, 가지 위에는 까치가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소나무 아래에는 표범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민화 속에는 표범으로 그려진 것도 있고, 호랑이로 그려진 것도 있다. 때로는 등은 호랑이 무늬이고 목과 가슴 부분에는 표범의 반점이 서로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바로 ‘까치호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림으로 호작도(虎鵲圖), 표작도(豹鵲圖) 또는 보희도(報喜圖) 라고 한다.
<호작도(虎雀圖) 종이에 채색 100.5×60cm 19세기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소장>
<까치호랑이> 작가미상, 종이에 채색, 72cm×59.4cm, 일본 개인 소장
하지만 이 그림을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그림 속에 중의(寓意)가 담겨져 있는 ‘읽는 그림’으로 해석하면, 그림에서 호랑이는 표범으로 그려야 한다.
소나무는 새해 첫달인 ‘정월(正月)’을 뜻한다. 중국어로 표범 ‘표(豹)’ 자는 소식을 알린다는 ‘보(報)’ 자와 같이 '바오'로 발음이 같다. 까치는 한자로는 ‘작(鵲)’인데, 보통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온다고 해서 까치는 기쁠 ‘희(喜)’를 뜻한다.
이들 한자를 합해서 보면 ‘신년보희(新年報喜)’, 즉 ‘새해를 맞이하여 기쁜 소식을 알리다’라는 멋진 문장이 된다.
<까치호랑이> 19세기, 종이에 채색, 117cm×85cm, 경기대학교 미술관 소장
<까치호랑이> 19세기, 종이에 채색, 105.0cm×68.0cm, 도쿄 일본민예관 소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가 더 많이 그려지게 된 이유는 우리 민족은 호랑이가 표범보다 훨씬 친숙하고 영험한 동물로 여겼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까치호랑이’ 그림은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서민들만의 자유롭고 해학적이며 풍자적인 표현으로 변화되는 등 다양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까치호랑이> 19세기, 종이에 채색, 116.0cm×80.0cm, 일본 구라시키민예관 소장
<호랑이 가족 虎子圖> 19세기말~20세기 초, 종이에 채색, 59.8cm×39.5cm, 일본 세리자와케이스케 미술관 소장
<까치호랑이> 19세기말~20세기 초, 종이에 채색, 91.7cm×54.8cm, 삼성 리움 미술관소장
<까치호랑이> 작가미상, 종이에 채색, 86.7cm × 53.4cm, 호암미술관 소장
88년 서울올림픽 때 상징으로 썼던 마스코트의 원형.
여기서 호랑이는 산신령의 심부름꾼이고, 까치는 그 말씀을 전해 주는 전령이다.
이를테면 “저 건너 마을에 아무개 효자가 있는데, 사정이 이렇게 딱하고 불쌍하니 산신령께서 이러저러하게 도와 주라고 하신다”라고 까치가 말하니까 호랑이는 “어, 그러냐?” 하고 듣는 자세를 하고 있는 듯하다. 옛 사람들은 호랑이가 무섭기 때문에 호축삼재(虎逐三災)라고 해서, 삼재를 쫓기 위해 정초에 새 해가 뜨면 이런 호랑이 그림을 그려 대문 위에 붙였다. 아래쪽엔 집주인이 오래 살라고 영지버섯까지 그려 놓았다.
[참고문헌] 정병모, 『민화-무명화가들의 반란』, 다할미디어, 2011.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공공누리>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공공누리>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공공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