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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호랑이 이야기(3) - 백자청화호작문호(白磁靑畵虎鵲文壺) 본문
백자청화호작문호(白磁靑畵虎鵲文壺).
소나무 위에 까치가 지저귀고 그 아래 호랑이가 앉은 모습이 그려져 있다. 민화에서 즐겨 그려진 이 소재를 백자 위에 코발트 안료를 이용해 푸르게 그려 넣었다.
조선 초·중기에는 백자에 용(龍), 학(鶴), 매화, 대나무, 연꽃 등 우상, 선비정신, 절개를 상징하는 그림을 주로 그려 넣은데 반해 이 청화백자는 백성들에 친근한 민화(民畵)를 담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측에 따르면 “18세기 후반의 청화백자에 이처럼 민화풍의 그림이 그려지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 항아리처럼 까치호랑이를 그린 경우는 국립경주박물관 소장품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소장품 그리고 일본 와세다대학 아이즈야이치기념박물관 소장품 정도만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일본 와세다대학 아이즈야이치기념박물관 소장품의 경우 도미오카미술관의 설립자인 니혼중화학공업 초대 사장 도미오카 시게노리(富岡重憲, 1896-1979)가 개인 소장하던 것을 기증한 것이다. 누가 우리 백자를 일본에 넘겨 결국 시게노리에게 까지 갔을까.
서양미술의 역사가 고결한 신의 모습을 그리던 고전주의에서 변화무쌍한 사물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려했던 인상주의, 표현주의를 거쳐 대중에게 친근한 팝아트로 이어졌듯이, 조선 백자에 그려진 그림도 고결함의 표현, 미학의 추구 등을 거쳐 대중친화적인 것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 ‘백자청화호작문호’는 도자기 그림 분야에서 가히 ‘리히텐슈타인 급’이다.
[헤럴드경제, 2016.04.12., [쉼표] 실향(失鄕) 문화재(http://goo.gl/aD7XPn)]
한편, 18세기에 들어들면서 호랑이와 까치의 관계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호랑이와 까치가 각기 자기의 위치를 지키는 모습에서 벗어나 둘 간의 관계가 적극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청화백자호작문항아리’에 그려진 까치호랑이 문양은 그러한 변화의 기점을 보여준다. 항아리의 가운데로 뻗어 있는 소나무 위에 까치 두 마리가 깃들여져 있고, 앉아 있는 호랑이가 뒤돌아서 까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호랑이가 까치를 향해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랑이의 표정으로 보아서는 그다지 기분 좋은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호랑이와 까치의 관계가 긴밀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19세기 민화에 유행하는 까치호랑이의 전조(前兆)를 이 청화백자 그림에서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