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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 이외수 본문

Favorite/옛숨결

호롱불 / 이외수

곤지둑 2016. 4. 28. 22:33


초가삼간 토담 벽에 펄럭이는 세월이다.

세월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이다.

어머니 귀밑머리에 스며드는 놀빛이다.

천년을 침묵으로만 다스려 온 설레임의 불꽃이다.

겨울밤 심지가 타 들어가는 아픔으로 피워 올린 그리움이다.

흥건한 눈물이다.




호롱불 / 오대교

너무 어두워...

사방을 분간할 수 없으면

네 가슴 속에 불을 켜라

빛이 약하면

심지를 끌어 올리고

그을음이 많으면

높이를 조절하여라

사람은 누구나

심지를 가지고 산단다

더 밝아지고 싶으면

쌍심지를 돋우기도 한단다

호롱에 기름을 부으시던 할아버지

나는 밤새도록 타고 있었다

[시집, 윽신윽신 뛰어나 보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