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duk Gazebo
'사돈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처럼 옛 집의 뒷간은 살림채와 떨어져 뒷마당 구석 한켠에 자리하였다. (요즘 말로 화장실로 통하는 뒷간은 변소, 측간, 정랑, 헛간, 북수간, 통시, 매화간, 해우소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겨울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뒷간에 볼 일 보러 가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귀찮기도 하지만 나이어린 아이들은 뒷간귀신(부출귀신, 측도부인, 치귀, 측신귀신, 정낭귀신)생각을 하면 얼마나 무서웠을까?그리고 한 겨울 새벽에 볼 일을 보는 동안 엉덩이는 또 얼마나 파랗게 얼어 붙었을까?그래서 옛날에는 요강(溺缸)이 아주 소중했다.요강은 오줌을 받는 실내용 용기(便器)로 본래 요항(溺缸)에서 와전된 말이다.60∼70년대까지만 해도 신부의 혼수물목(婚需物目) 중에서 '놋요강..
이무기돌. 이무기돌은 홍예교(虹霓橋)의 최상단 안쪽 중앙에 설치하는 것으로, 상상 속의 동물인 서수(瑞獸)머리 모양으로 조각한 석물(石物)이다. 이무기는 천년을 묵어야 용(龍)이 된다는 전설의 동물로, 천년의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니 그 서기가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닐 것이다. 장마철에 거칠 것 없이 불어난 물살이 수마(水魔)처럼 기세등등하게 홍예교를 삼킬듯 달려오다가, 홍예교 중앙에 몸을 숨기고 있는 이무기돌을 보면 깜짝 놀라 기세를 누그러뜨려 얌전히 다리를 지나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즉, 이무기돌은 수마로부터 다리의 안전과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악귀를 막아 주기를 염원하는 주술적인 의미의 석물(石物)인 것이다. 예전에는 이무기돌의 코 끝에 풍경을 매달아 은은한 방울 소리가 울..
홍(虹)과 예(霓)는 무지개라는 뜻으로 돌을 쌓아 무지개 모양으로 둥글게 쌓아 올린 다리를 홍예교라 또는 홍교라 한다.요즘 세대에게 아치(arch)라는 외래어로 익숙한 홍예에는 완벽에 가까운 견고함과 빼어난 아름다움이 있다.좌우에서 쐐기 형태로 다듬은 돌을 서로 면이 맞물리게 안으로 오므려 돌을 쌓아 올라가다가 맨 위 가운데에 마지막 돌, 즉 이맛돌(key stone)을 끼워 넣으면 스스로 의지하여 버티는 강한 구조물이 되는 것이다. 이마 부분의 받침돌들이 하부의 돌을 눌러 압축력을 강화하여 홍예교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 내는 것이다. 그래서 건물이나 성벽이 무너져도 홍예는 건재한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홍예에서는 돌과 돌 사이에 모르타르(mortar)같은 접착제를 ..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산 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주저 앉지 마십시오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 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국립지리산자연휴양림에서 함안 오는 길에 촬영(2016.01.08) 속리산 말티재 자연휴양림에서 솔향공원 가는 길에서 촬..
붉은 우체통에 얽힌 그리움 / (宵火)고은영 어느 길 모퉁이 이젠 폐기물처럼 그리움의 물살 저편으로... 자꾸만 세상 밖으로 숨는 우체통 사람들은 별반 무심한 눈길 나는 우체통에 눈길이 간다 자꾸만 눈길이 간다 사랑을 헐값에 팔지 않던 시대 가난에 이력이 붙고 수천 수만 날 배가 고파도 자전거 페달을 밟는 우체부만 보면 가슴이 뛰던 설렘 하늘은 맑아 아득히 곱고 그때 세상은 이렇게 각박한 땟물에 절어있지 않았어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면 애틋한 소망은 풀잎처럼 풋풋했고 빨간 우체통에 피어 오르던 향기 가득 밴 그리움의 사연들 항상 정점의 꽃을 피우던 얼마나 가난한 순수의 떨림이었나 아름다운 세상이었나 나는 유독 길가에 방치된 우체통에 눈길이 간다 한 통의 편지를 위해 여러 날 기다리며 목메던 그 시간을 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