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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붉은 우체통에 얽힌 그리움 / (宵火)고은영 어느 길 모퉁이 이젠 폐기물처럼 그리움의 물살 저편으로... 자꾸만 세상 밖으로 숨는 우체통 사람들은 별반 무심한 눈길 나는 우체통에 눈길이 간다 자꾸만 눈길이 간다 사랑을 헐값에 팔지 않던 시대 가난에 이력이 붙고 수천 수만 날 배가 고파도 자전거 페달을 밟는 우체부만 보면 가슴이 뛰던 설렘 하늘은 맑아 아득히 곱고 그때 세상은 이렇게 각박한 땟물에 절어있지 않았어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면 애틋한 소망은 풀잎처럼 풋풋했고 빨간 우체통에 피어 오르던 향기 가득 밴 그리움의 사연들 항상 정점의 꽃을 피우던 얼마나 가난한 순수의 떨림이었나 아름다운 세상이었나 나는 유독 길가에 방치된 우체통에 눈길이 간다 한 통의 편지를 위해 여러 날 기다리며 목메던 그 시간을 접고..
그 마을에 가서외진 그 마을에 가서계집애 하나 만났네 못생기고 조그맣고 키 작은 아이새초롬 웃음이 수줍은 아이안쓰러워라 안쓰러워라 연보랏빛 웃음 바람에 날릴 때그 마을에서 영영 돌아오지 말고살고도 싶었네.
친정아버지 제사 모시러 대전가는 차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처럼 곱게 분바른 마누라의 고운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다. 여념집 여자 눈에 눈물흘리게 만드는 것해도 참 몹쓸 짓이거늘, 하물며 우리집 마누라 이쁜 눈이 이토록 충혈되도록 만든 놈. 황영진. 가장 반시적인 속물 시인(?), 이 나쁜 놈아! 내 결코 너를 용서치 않고 술로써 벌하리라. 평생 없이 살다가 배고픈 게 병이 되어 병원 한 번 못가고 돌아가신 내 어매 유언은 "밑구녕"이었다. 이 말이 유언인 줄 모르다가 세상 버리신 지 이태 지난 어느 명절날 고향집 안방에 걸려 있던 벽시계 먼지를 털다가 알았다. 벽시계 안 "밑구녕"으로 명절 때 고향 가서 터진 손에 쥐어 드린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들이 배곯던 우리 어매 생손앓이 고름 터지듯 찔끔..
밖으로 타오르기보담은 안으로 끓어오르기를 꿈꾸고 열망했지만 번번이 핏물이 번진 손수건, 패랭이꽃 빛 치사한 게 정이란다 눈 감은 게 마음이란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