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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거미는자신의 거미줄에서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016.09.06. 칠보산자연휴양림 층층나무실에서 - 거미 –이면우-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아침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허리 굽혀 갔다, 되짚어오다 고추잠자리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몸 전체로 망을 밀고 가도 좋을 게다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저토록 살아 꿈..
[배인석_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다_강주룡의 고무신_가변 설치_2009][사진출처: 국가보훈처 대표 블로그, http://mpva.tistory.com/108] 어매는 없고 코고무신만 남아 있네. 한 쪽만 닳아 구멍이 보이는 작은 코고무신 한 켤레. 다리 절던 우리 어매 이걸 신고 살았지. 밥 지을 때도 신었고 밭 매러 갈 때도 신었지. 고추를 딸 때도 신었고 마늘을 심을 때도 신었지. 산나물 뜯으러 갈 때는 새끼로 묶어 신고 담배를 엮을 때는 잠시 벗어 두기도 했지. 한 쪽이 닳으면 바꿔 신었지. 맨발로 맨살로 세상에 나와 한 쪽만 늦게 닳았던 코고무신 우리 어매 절뚝절뚝 평생을 걸어도 양쪽을 똑같이 닳게 하였지. 마지막 한 켤레, 남은 한 쪽 마저 닳구지 못하고 병들어 어매는 죽고 말았지. 어매는..
Ⅰ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Ⅱ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그래서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에 ‘반드시’까지 들어가서 상당히 강조된 것인데, 이건 그때까지 우리나라의 연애시에 없던 겁니다. 실존주..
부지런하셨네요참 부지런도 하셨네요어쩜 이렇게도 많이 남기셨는지……. 부지런하셨네요참 부지런도 하셨네요. 흔적 / 원태연 제비턱 · 배꼽그릇의 배나 어깨 부분에 제비턱과 배꼽이 붙어있는 옹기도 있다.제비턱의 경우 제비 날개의 모습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고, 배꼽문양은 ‘눈박’ 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그 생김새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를 보면 그릇에 금이 가면 접착해 쓰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금이 가거나 깨진 것은 줄로 동여매어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사용하다가 금이 가거나 깨진 것은 줄로 동여매어 다시 사용한 흔적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것을 흔히 ‘테 맨다’고 한다. 제비턱과 배꼽은 바로 이러한 때에 쓰이는 용도로 테를 맬 때 줄이 흘러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