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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산 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주저 앉지 마십시오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 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국립지리산자연휴양림에서 함안 오는 길에 촬영(2016.01.08) 속리산 말티재 자연휴양림에서 솔향공원 가는 길에서 촬..
붉은 우체통에 얽힌 그리움 / (宵火)고은영 어느 길 모퉁이 이젠 폐기물처럼 그리움의 물살 저편으로... 자꾸만 세상 밖으로 숨는 우체통 사람들은 별반 무심한 눈길 나는 우체통에 눈길이 간다 자꾸만 눈길이 간다 사랑을 헐값에 팔지 않던 시대 가난에 이력이 붙고 수천 수만 날 배가 고파도 자전거 페달을 밟는 우체부만 보면 가슴이 뛰던 설렘 하늘은 맑아 아득히 곱고 그때 세상은 이렇게 각박한 땟물에 절어있지 않았어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면 애틋한 소망은 풀잎처럼 풋풋했고 빨간 우체통에 피어 오르던 향기 가득 밴 그리움의 사연들 항상 정점의 꽃을 피우던 얼마나 가난한 순수의 떨림이었나 아름다운 세상이었나 나는 유독 길가에 방치된 우체통에 눈길이 간다 한 통의 편지를 위해 여러 날 기다리며 목메던 그 시간을 접고..
그 마을에 가서외진 그 마을에 가서계집애 하나 만났네 못생기고 조그맣고 키 작은 아이새초롬 웃음이 수줍은 아이안쓰러워라 안쓰러워라 연보랏빛 웃음 바람에 날릴 때그 마을에서 영영 돌아오지 말고살고도 싶었네.
친정아버지 제사 모시러 대전가는 차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처럼 곱게 분바른 마누라의 고운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다. 여념집 여자 눈에 눈물흘리게 만드는 것해도 참 몹쓸 짓이거늘, 하물며 우리집 마누라 이쁜 눈이 이토록 충혈되도록 만든 놈. 황영진. 가장 반시적인 속물 시인(?), 이 나쁜 놈아! 내 결코 너를 용서치 않고 술로써 벌하리라. 평생 없이 살다가 배고픈 게 병이 되어 병원 한 번 못가고 돌아가신 내 어매 유언은 "밑구녕"이었다. 이 말이 유언인 줄 모르다가 세상 버리신 지 이태 지난 어느 명절날 고향집 안방에 걸려 있던 벽시계 먼지를 털다가 알았다. 벽시계 안 "밑구녕"으로 명절 때 고향 가서 터진 손에 쥐어 드린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들이 배곯던 우리 어매 생손앓이 고름 터지듯 찔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