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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
은행나무 - 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2015.11.05. 대..
국화꽃 - 오세영 영혼이 육체를 벗어나듯 국화는 계절의 절정에서 목숨을 초월할 줄 안다. 지상의 사물이 조각으로, 굳어 있는 조각이 그림으로, 틀에 끼인 그림이 음악으로, 음악이 드디어 하늘로, 하늘로 비상하듯 국화는 하늘이 가장 높고 푸르른 날을 택하여 자신을 던진다. 서릿발 싸늘한 칼날에도 굴하지 않고 뿜어 올리는 그 향기.
가을의 따끔한 햇살에풋초록빛은 살며시 자리를 내어준다 노오랗게 단단하게 익어가는 모과엔코와 목을 타고 폐까지 흘러 들어가내 피에 녹아 내린 향기가 당당하게 드러낸 진한 상처에서 배어난다 철없던 시절의 상처도 모과에겐 추억인 듯소중히 간직하고 매달려있는 당찬 모습에서익어가면서 더 진하게 배어나는 향기 속에서 다섯 개의 모과에서 나는 또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