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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대구 수목원에서 꽃무릇(石蒜花)을 만나다. 잎사귀 하나 없는 초록빛 긴 꽃대에 붉게 물든 꽃이 한 송이 피어있다. 花葉不相見(화엽불상견) 꽃이 진 후에 비로소 잎이 나므로 꽃과 잎은 서로를 볼 수 없는 꽃이다. 잎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이 피빛으로 멍들어 피어난 꽃같다. 본디 같은 뿌리의 잎이요, 꽃이지만 이승에서 함께 할 수 없는 피빛같은 애절한 인연이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를 비롯하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이다. 우아한 자태의 연꽃과 달리 너무나 화려하고 유혹적인 빛깔인지라 절과는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유독 절집에 꽃무릇이 많은 이유는 뭘까? 바로 꽃무릇 뿌리에 있는 독성 때문. 코끼리도 쓰러뜨릴 만큼 강한 독성분으로 인도에서는 코끼리 사냥용 독화살에 발랐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靑紅)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내올 듯 머언 극락 정토(極樂淨土) 가는 길도 보일 상 싶다. [출처] 허영자 시인의 자수(刺繡)를 옮기다.
어머니, 물동이에 달을 길어 오셨다 -이근배-옹달샘 새벽달을물동이에 길어 와서장독대 정화수 올려띄우시던 어머니꽃산에 오르실 때에도달은 두고 가셨다운학상감 청자 말고청화모란 백자 말고어머니 손길에 닳아윤이 나던 질항아리그 사랑 어루만지고 싶다얼굴 부벼 안고 싶다. 물동이 / 오대교 십리 길을 걸어도물 한 방울 안 흘리시던 어머니출렁이는 물을 이고서출렁출렁 잘도 걸으셨다강물도, 바닷물도, 사람 마음도출렁거리지 않는 게 어디 있더냐다스리며 사는 거여한 걸음 한 걸음 조신하면 되는 거여이놈의 가슴은 왜 이리 또 출렁대는지치마끈 질끈 동여매시던 손길어머니의 물동이는늘 잔잔한 샘물로 가득했다
저것들,저것들을 뭐라 부르나? 밤새질펀한 사랑을 나눈 듯지천에 피어난 우선 일 저질러 놓고야트막한 언덕배기에서살림을 차린 듯 세상 물정 모르는귀때기 시퍼런 저 철없는 풀꽃들의 지저귐을뭐라 번역하나? (안준철의 '개불알풀' 전문) 참으로 민망하기에 '저것들을 뭐라 부르나,뭐라 부르나' 하며 시인이 이름 부르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꽃입니다. 말 그대로 꽃이 지고 난 뒤에 맺는 열매의 모양이 개의 불알과 닮았다고 해서 개불알풀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꽃의 크기가 워낙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맞춤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쉬워요.-3.28. 대구수목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