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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영주 소수서원을 방문하다. 10월 초순에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바람 탓인지 가을비 조차 스산하게 느껴진다. 방문객조차 한산한 소수서원과 양반촌은 20대 청춘들이 거리를 가득 채운 여름의 전주한옥마을의 정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우리 조상들의 삶이 닮긴 가옥과 유교 유물들 그리고 석당 김종호선생의 서예 작품까지 이렇게 여유롭고 느긋하게 느낄 수 있어 행운이다. 특히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농악 놀이 한마당을 멋들어지게 공연하신 분들 덕분에 신명이 절로 났다. 감사합니다.
변산반도 여행길에 우연히 들린 부안청자박물관. 내소사와 곰소염전으로 유명한 부안에 웬 청자박물관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이곳 부안군은 전라남도 강진군과 함께 고려 시대 제일가는 청자 도요지였다고 한다. 오히려 상감기법으로 제작된 화려한 문양의 청자는 예전에 방문했던 강진청자박물관보다 볼거리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 넓은 박물관에 관람자는 우리 부부 딱 2명뿐. ㅠㅠ 오직 2명의 관람자를 위해 연세 지긋한 문화해설사님께서 1시간도 넘게 여러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 청자 그릇의 용도와 형태에 따른 명칭은 참으로 다양하다. 碗 · 鉢 · 鎜 · 杯 · 楪匙 · 盌 · 壺 · 注子 · 甁 · 盞···· 헷 · 갈 · 린 · 다.
전북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제 291호)의 꽃살문. 현존하는 사찰의 꽃살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최고의 걸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불심깊은 소목장이 정성을 다해 불전에 공양한 목공예품의 진수를 만나다. 수백년 세월이 흘러 나무에 새겨진 연꽃, 모란, 국화의 색깔은 사라졌어도 그 형태는 비바람에 더욱 다듬어져 찾아오는 중생들의 마음을 편온하게 만들어 준다. 한국의 문살무늬 http://goo.gl/mKPn3O
금원산 숲생태수목원에서 운좋게 모대학교 산림자원학과 연구진을 만났다. 연구진을 따라 다니며 야생화와 수목에 대해 학술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지금까지 나는 산수국의 가장자리에 고운 색깔을 띄고 있는 부분은 꽃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교수님 설명으로 꽃이라 생각했던 부분은 사실 가짜 꽃으로 원래는 꽃받침이 퇴화한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가 보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물(水)을 좋아하며 산(山)에서 자란다고 하여 산수국(山水菊)이라고 부른다 합니다. 가장자리의 큰 꽃은 꽃받침이 퇴화하여 생긴 것으로 종자를 만들 수 없는 불임 성화(不姙性花), 즉 무성화(舞性花)인 가짜 꽃이며 벌이나 나비를 불러모아 주는 역할을 하..
어린 시절, 어느 집 할 것 없이 집 안 한 모퉁이에 자리 잡았던 장독대.하지만 70년대 이후 대도시에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장독대는 급속히 사라져 버렸다.옛날 우리 집 장독대의 장단지에도 흰 버선과 검은 참숯, 붉은 고추와 함께 푸른 솔잎을 짚으로 엮은 금줄에 꿰어 걸어 놓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경남 고성 여행 중에 숙박했던 가마골의 장독대에서 버선 문양 - 비록 예전 장단지에 걸어 둔 흰 버선은 아니지만 - 을 그린 단지를 만날 수 있었다. 한참 동안 버선 문양의 단지를 바라보며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잠기었다. "버선 모양은 부정(不淨)한 곳에 출입을 자주하는 남자들이 신성한 여인네 공간에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이여 경고의 표시이기도 하며 벽사(辟邪)의 의미로 벌레를 발로 죽이는 모습의 발을 본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