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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정신의 흔적, 붓 철필이나 볼펜에 힘을 주어 쓰면 어떻게 될 것인가. 종이는 금세 찢어지고 말 것이다.그러나 붓은 아무리 힘을 주어 써도 종이가 찢어지는 법이 없다. 붓은 부드럽기 때문에 모든 힘을 받아 전달한다. 섬세하고 오묘한 정신의 리듬까지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쇠로 된 펜이 정신의 부도체라고 한다면 붓은 그것을 전류처럼 흐르게 하는 양도체라고 할 수 있다. 붓글씨는 땅을 딛고 있는 발끝에서, 말하자면 땅의 힘으로부터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추사 김정희의 ‘서화론(書畵論)’대로, 쓴다는 것은 온 몸의 힘을 받은 흔적인 셈이다. 일본 사람들이 날카로운 칼을 만들어 ‘쓰기’가 아니라 ‘베기’의 문화를 만들고 있을 때 한국인들은 최고로 부드러운 붓을 만들어 ‘쓰기’의 문화(선비문화)를 만들어 갔다.[인..
예부터 삼희성(三喜聲)이라 하여 세 가지 기쁜 소리로 애 우는 소리, 책 읽는 소리, 다듬잇소리를 꼽았다. 애 우는 소리에서 대 이을 후손에 대한 든든함을, 책 읽는 소리에서 정신세계의 풍요로움을, 다듬잇소리에서 일상 생활의 근면성과 안정을 읽었던 것이다. 어쩌면 듣기 싫지 않은 소리로 여기도록 하려고 만들어 낸 말일지도 모른다. 다듬이질을 흔히 ‘인고침(忍苦砧)’이라 하였다. 감당하기 힘든 마음의 고통을 다듬이질로 참는다는 뜻이다. 시집간 딸 집에 친정아버지가 처음 들를 때에는 다듬잇돌을 메고 가는 것이 관례였다. 다듬이질로 불만이나 고통을 해소하면서 참고 견디라는 애틋한 배려에서였다.● 허동화, 『우리 규방 문화(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현암사(2006년), p. 52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초가삼간 토담 벽에 펄럭이는 세월이다.세월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이다.어머니 귀밑머리에 스며드는 놀빛이다.천년을 침묵으로만 다스려 온 설레임의 불꽃이다.겨울밤 심지가 타 들어가는 아픔으로 피워 올린 그리움이다.흥건한 눈물이다. 호롱불 / 오대교 너무 어두워...사방을 분간할 수 없으면네 가슴 속에 불을 켜라빛이 약하면심지를 끌어 올리고그을음이 많으면높이를 조절하여라 사람은 누구나심지를 가지고 산단다더 밝아지고 싶으면쌍심지를 돋우기도 한단다 호롱에 기름을 부으시던 할아버지나는 밤새도록 타고 있었다[시집, 윽신윽신 뛰어나 보세 중에서]
● 용뉴(龍鈕)범종(梵鐘)의 가장 위쪽에 있는 용의 모습을 한 고리로 이곳에 쇠줄을 연결하여 종을 매달게 된다. 용뉴의 용은 고래를 무서워한다는 가상의 동물인 포뢰(蒲牢)를 상징한다. 포뢰라는 용은 용왕의 아홉 아들 중에서 셋째 아들로 보통 용보다는 작고 울부짖기를 잘했다. 그래서 종의 음통을 부여잡고 소리가 잘 나도록 하는 의미에서 용뉴를 포뢰로 선택한 것이다. 또 포뢰는 바다 용왕의 아들이면서도 고래를 몹시 무서워하였다. 그래서 당좌撞座(종 몸통의 중심부에 있으며 종을 치는 자리)를 치는 당목(撞木)을 고래 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 용통(甬筒)용뉴와 연결된 둥근 관으로 음통(音筒)또는 음관(音管)이라고도 한다.음통은 우리나라 범종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으로서 내부가 비어 있고, 아래부분에..
일제 시대에 우리 도자기는 일본 골동상들의 사주로 초기부터 재현되기 시작합니다. 일본으로 가져가 진품으로 속여서 값비싸게 팔기 위해서였습니다.예를 들면 일본인들의 지시로 청자와 분정, 그리고 초기 백자를 생산하던 목포 가마에서 만든 모조품은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품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 모조품들은 일본에 많습니다. 모조품이 가짜를 진짜로 속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재현은 끊어진 도자기의 역사를 되살리는 일입니다.일제 시대, 뜻 있는 한국인들이 맥이 끊어진 도자기의 재현을 시도하기도 하나 대부분 실패하고 맙니다. 본격적인 재현은 해방 후인 1965년부터 이루어졌는데, 청자 재현은 유해강 선생이, 백자 재현은 안동호 선생이 하였으며, 그중 지방 사발을 최초로 재현한 작가로는 필자의 부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