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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바라만 보기에는 너무나 힘들다.저절로 너를 어루만지다가저녁 준비하던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무언가 잘못을 들킨 아이처럼슬며시 두 손을 내려 놓았다.
제주도 지역이나 전라도 지역에서 만들어진 옹기의 기벽에는 섬세한 빗살무늬를 볼 수 있는데 이 빗살문을 '보로롱' 문양이라 한다. '보로롱' 문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얇은 대나무로 만든 '술테'를 이용한다. '술테'를 물레 위에서 돌아가는 항아리 벽에 살짝 대면 그 윗 부분이 떨리면서 옹기에는 섬세한 빗살문의 자국이 남는다. 이런 방법으로 그릇 가득히 섬세한 빗살무늬인 '보로롱' 문양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술테'가 그릇 벽에 부딪칠 때 '보로로로롱 ~' 소리를 낸다하여 '술테'를 '보로롱'이라고도 한다. 제주도의 흙은 육지의 흙보다 거칠고 이러한 흙을 직접 손으로 때려서 만들기 때문에, 항아리의 표면이 거칠고 형태도 완전히 등글게 나오지 못한다.따라서 제주도의 옹기에 이러한 '보로롱' 문양을 걸 표면에..
동지팥죽의 추억 / 문재학 사립문 밀고 들어서면한없이 포근한 가족의 온기(溫氣)초가지붕위로 피어오르는아스라한 그날 도란도란화롯가에 둘러앉아환담(歡談)속에 굴리던 새알 한 살 더 먹는 나이 수만큼 먹으라는그 새알들. 동지팥죽 솥뚜껑 소리에 익어갔다. 호롱불에 타던 기나긴 밤 문풍지 울리는 설한풍(雪寒風)에자리끼도 얼던 동지 날 잡귀(雜鬼) 물리치려 집안 곳곳에 솔가지로 뿌리던 동지팥죽새하얀 눈 위를 붉게 물들였다. 가족 안녕을 비는어머니 지극정성에 강추위도 녹았다. 세월의 강물에 출렁이는꿈결같이 아련한그 시절이 그리워라.
친정아버지 제사 모시러 대전가는 차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처럼 곱게 분바른 마누라의 고운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다. 여념집 여자 눈에 눈물흘리게 만드는 것해도 참 몹쓸 짓이거늘, 하물며 우리집 마누라 이쁜 눈이 이토록 충혈되도록 만든 놈. 황영진. 가장 반시적인 속물 시인(?), 이 나쁜 놈아! 내 결코 너를 용서치 않고 술로써 벌하리라. 평생 없이 살다가 배고픈 게 병이 되어 병원 한 번 못가고 돌아가신 내 어매 유언은 "밑구녕"이었다. 이 말이 유언인 줄 모르다가 세상 버리신 지 이태 지난 어느 명절날 고향집 안방에 걸려 있던 벽시계 먼지를 털다가 알았다. 벽시계 안 "밑구녕"으로 명절 때 고향 가서 터진 손에 쥐어 드린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들이 배곯던 우리 어매 생손앓이 고름 터지듯 찔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