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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jiduk Gazebo
오늘 새벽 산책길, 도원지 둑가에서 ‘큰개불알풀’의 열매를 보았다.‘큰개불알풀’은 '오오이누부구리(おおいぬぶぐり)'라는 일본명을 그대로 번역한 한글 명칭이다.[おお(오오)- 大- 큰, いぬ(이누)- 犬- 개, ふぐり(후구리)- 陰囊- 불알]꽃 진 후 열매의 모습이 수캐의 뒷다리 사이에 매달려 달랑거리고 있는 음낭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왜 일본학자는 어여쁜 꽃이 아니고 하필이면 열매 모양을 보고 민망한 이름을 붙였을까.그 이름이 민망하여 ‘까치가 기쁜 소식을 알려주듯 봄 소식을 알리는 꽃’이라 하여 요즘은 ‘봄까치꽃’이라 개명하여 부르기도 하지만 공인된 이름은 아니다. 북한에서는 ‘왕지금꼬리풀’이라 명명하는데 ‘지금(地錦)’이란 '땅에 깔려 있는 비단'이라는 뜻으로 '담쟁이덩굴'도 '지금'으로..
소나무가 있고, 가지 위에는 까치가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소나무 아래에는 표범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민화 속에는 표범으로 그려진 것도 있고, 호랑이로 그려진 것도 있다. 때로는 등은 호랑이 무늬이고 목과 가슴 부분에는 표범의 반점이 서로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바로 ‘까치호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림으로 호작도(虎鵲圖), 표작도(豹鵲圖) 또는 보희도(報喜圖) 라고 한다. 작가미상, 종이에 채색, 72cm×59.4cm, 일본 개인 소장 하지만 이 그림을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그림 속에 중의(寓意)가 담겨져 있는 ‘읽는 그림’으로 해석하면, 그림에서 호랑이는 표범으로 그려야 한다. 소나무는 새해 첫달인 ‘정월(正月)’을 뜻한다. 중국어로 표범 ‘표(豹)’ 자는 소식을 알린다는..
버선은 족의(足衣)라고도 하며 한자어로는 ‘말(襪)’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신고 있는 ‘양말(洋襪)’은 말 그대로 ‘서양 버선’이라는 뜻이다. "버선본을 장독에 붙이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잡귀를 쫓고 장맛이 변하지 않게 위함이었다. 버선본은 흰색인데 이 흰색은 낮에는 햇빛을 반사한다. 그런데 날파리나 기어다니는 해충은 반사빛을 싫어한다."[인용 출처] 김종태, 『옛 것에 대한 그리움』, 서울:휘닉스(2010년), pp.69-71 "버선 모양은 부정(不淨)한 곳에 출입을 자주하는 남자들이 신성한 여인네 공간에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이여 경고의 표시이기도 하며 벽사(辟邪)의 의미로 벌레를 발로 죽이는 모습의 발을 본떠서 해충의 접근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곧 액(厄)막이 역할을 버선에 의지한 것이다..
정신의 흔적, 붓 철필이나 볼펜에 힘을 주어 쓰면 어떻게 될 것인가. 종이는 금세 찢어지고 말 것이다.그러나 붓은 아무리 힘을 주어 써도 종이가 찢어지는 법이 없다. 붓은 부드럽기 때문에 모든 힘을 받아 전달한다. 섬세하고 오묘한 정신의 리듬까지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쇠로 된 펜이 정신의 부도체라고 한다면 붓은 그것을 전류처럼 흐르게 하는 양도체라고 할 수 있다. 붓글씨는 땅을 딛고 있는 발끝에서, 말하자면 땅의 힘으로부터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추사 김정희의 ‘서화론(書畵論)’대로, 쓴다는 것은 온 몸의 힘을 받은 흔적인 셈이다. 일본 사람들이 날카로운 칼을 만들어 ‘쓰기’가 아니라 ‘베기’의 문화를 만들고 있을 때 한국인들은 최고로 부드러운 붓을 만들어 ‘쓰기’의 문화(선비문화)를 만들어 갔다.[인..
예부터 삼희성(三喜聲)이라 하여 세 가지 기쁜 소리로 애 우는 소리, 책 읽는 소리, 다듬잇소리를 꼽았다. 애 우는 소리에서 대 이을 후손에 대한 든든함을, 책 읽는 소리에서 정신세계의 풍요로움을, 다듬잇소리에서 일상 생활의 근면성과 안정을 읽었던 것이다. 어쩌면 듣기 싫지 않은 소리로 여기도록 하려고 만들어 낸 말일지도 모른다. 다듬이질을 흔히 ‘인고침(忍苦砧)’이라 하였다. 감당하기 힘든 마음의 고통을 다듬이질로 참는다는 뜻이다. 시집간 딸 집에 친정아버지가 처음 들를 때에는 다듬잇돌을 메고 가는 것이 관례였다. 다듬이질로 불만이나 고통을 해소하면서 참고 견디라는 애틋한 배려에서였다.● 허동화, 『우리 규방 문화(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현암사(2006년), p. 52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